▲ 황인호 대전 동구의회 의원 |
어떻든 이 중에서 도박중독에 빠진 인구는 359만명으로 추산되고, 중독유병률은 선진국의 4%를 훨씬 능가하는 9.5%나 된다. 그리고 일단 중독에 걸리면 정상적인 생활은커녕, 일탈에 빠지므로 그 피해가 가족, 친지까지 미치게 되므로, 도박중독자의 몇배에서 십수배에 달하는 인구가 도탄에 빠지게 된다. 도박중독자 359만명으로 인해 주변사람 20명이 피해를 본다면, 대한민국 전체인구가 도박으로 인해 피해를 떠안는다는 얘기다. 아울러 우리가 사는 대전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박중독자수가 15만명으로 추산되며, 주변을 포함하면 피해가 훨씬 크다.
도박산업에 드는 비용도 가히 천문학적으로 진화해간다. 2000년에 5조6977억원이었던 것이, 10년만에 78조원으로 급신장하였다. 자본주의국가에서 합법적으로 등록된 산업중에서 이렇게 뛰어난 산업이 있을까? 당해연도 제조업 분야의 매출은 14조원대였다. 문제는, 5조원을 벌다가 10년만에 78조원을 번다면 한국인 모두가 부자가 되겠지만, 5조원을 날렸다가 10년후에는 78조원을 날리는 식이니, 이에 동참한 중독자들의 삶이 온전하겠느냐는 말이다. 최근 발생한 인천의 모자살인사건을 비롯해, 걸핏하면 발생하는 자타살사건, 공금횡령 등의 사회문제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다양한 종류의 도박이 제조해낸 산물들이다. 이것도 약과다. 법적 사행성 게임의 사각지대에서는 화투, 포카, 사설도박, pc게임방, 바다이야기 등이 특설링을 만들어 방방곡곡에서 주리를 틀고 있다. 이들도 세금을 좋아하는 정부가 언제든지 합법적인 사행성 게임으로 불러만 준다면 버젓이 양지에서 한판할 준비는 다되어 있다.
이러한 정황을 살펴볼 때,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도박공화국임에 틀림없다. 민주화의 속도보다 도박화의 속도가 휠씬 빠르다. 민주화에는 특정 계층이 참여하지만, 도박화에는 계층을 망라하고 참여한다.
정부는 술과 담배로부터 발생한 질환을 치유하는데서, 2007년 이후 비로서 도박중독자들의 치유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그후 5년간 총 3490명의 도박중독자 치료에 34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그 진료숫자는 전체 중독자중에서 남성이 0.16%, 여성이 0.036%로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중독예방과 치유 예산면에서도, 2011년 한해 145억원인데, 이는 전체 사행성 도박 매출의 0.22%에 불과하다. 이는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등 도박선진국에서 도박중독예방치유부담금으로 도박매출액의 2%를 징수하는데 비해, 한국은 겨우 0.5% 이하의 범위에서 징수하도록 법제화했기 때문이다(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14조의2). 이러니 누구를 위한 법인가가 자명해진다.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우롱하는건데, 병만 주고 약에는 지극히 인색한 나라다.
엊그제 대전 동구의회에서 이러한 심각성을 정부에 깨우치기 위해 '도박중독 예방 및 치료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전국 최초로 의원발의한 바 있다. 도박중독은 정신의학에서 '충동조절장애'로 보는 만큼,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를 부양한 국가로부터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갖고 치유하고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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