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대안교육은 우리 사회 건강함의 상징

[대안학교]대안교육은 우리 사회 건강함의 상징

'문제아 수용소'-'귀족형 국제학교' 대안학교에 대한 잘못된 두가지 시각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자유롭게 길을 찾는 과정이 대안교육

  • 승인 2013-10-30 14:12
  • 신문게재 2013-10-31 11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대전교육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다]11.전문가 의견

▲ 하태욱 대전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
▲ 하태욱 대전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
대안교육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학자이자 교수로서 늘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대안교육은 무엇이며 그것이 왜 필요한가? 대학에서 대안교육에 대해 공부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학위과정을 개설하고, 부설 대안학교를 세워 대전지역의 대안교육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보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대안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일은 언제나 큰 도전이다.

대안교육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해와 오해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대안교육을 소위 '문제아 수용소'로 바라보는 시각. 대안학교를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관내 설립을 반대하는 의견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정 반대 시각으로 대안교육은 특별한 귀족교육으로 비치기도 한다. 대안교육의 실천이 공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부모의 부담에 상당부분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현행법이나 사회통념상 정규학교로 인정받기 어려운 속칭 '귀족형 국제학교'들이 대안학교 행세를 하면서 이런 시각을 더욱 부채질 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강한 대안학교들은 '출세'나 '특권'이 아닌 '소박함'과 '공존'을 강조한다. 세 번째로는 대안교육이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가진다는 편견이 있다. 대안교육은 단순한 지식전달을 넘어 세상과 삶의 '대안'을 고민하기에 생명, 평화, 환경, 에너지, 공동체 등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안교육을 특정 정치 이념의 산물로 보는 것은 대안교육에 대한 편협한 이해이거나 대안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는 대안교육을 또 다른 '성공신화'의 인큐베이터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대안교육을 통해 인성위주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최고 대학에 합격했다거나 소위 문제아가 대안교육을 통해 사회적 기업 등을 창업했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오르내린다. 그러나 대안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무엇이 될 것인가'를 위한 배움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위한 길찾기이기 때문이다.

대안교육이 우리 사회에 왜 필요한가?

그것은 대안교육이 과거의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학교 중심의 교육제도는 '근대'의 산물이다. 컨베이어벨트로 상징되는 근대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교육으로 도입한 것이 학교라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흐르는 상품에 자기가 맡은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에서처럼 교실을 타고 이동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자기가 맡은 과목의 지식을 주입하여 똑같은 '상품(졸업생)'들을 '대량으로' 생산해낸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미 근대산업사회를 훌쩍 지나 다품종소량생산의 후기 근대사회를 통과했다. 사람들과 사회의 기호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더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들이 짧은 주기로 나온다.

그런데 학교는 여전히 모두에게 같은 디자인과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도록 (One size fits all system) 강요하고 있다. 이제 사회는 후기근대사회도 넘어 정보화 사회에 돌입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상징되는 네트워크는, 그리고 개인들이 이를 이용해서 세상을 흔들어놓는 경험은, 근대의 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근대적인 '모범생'과 정 반대에 있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춤추게 했던 것은 가장 좋은 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은 무엇인가? 여전히 학교는 미래를 위한 교육의 플랫폼으로서 유효한가? 대안교육은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고민이자 나름의 대답이겠다.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공교육은 왜 위기인가? 그것은 공교육이 공적인 역할로부터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교육학자들은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공적인 역할로 크게 세가지를 든다.

첫 번째로는 국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재산, 성별, 출신, 나이에 관계없이 교육받기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교육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국민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법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교육기본법 3조)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하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필요하다는 농담이 오히려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안교육이 공교육으로부터 뛰쳐나왔으니 지원은 받지 못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인식을 받고 있지만,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부모나 교사들이 자신들의 뜻대로 학교를 설립했을 때 그것이 공공성을 갖고 있고 일정 기간 이상의 지속성(예를 들어 설립후 3년 이상의 운영)을 확보한다면 공교육에 준하는 교육비를 지원하는 경우들도 많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안교육의 혜택을 돌려주는, 교육기회의 제공과도 맞닿는다.

마지막으로 공교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건강한 미래의 시민을 길러내는 일을 목표로 한다. 혼자 잘 살거나 못사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그것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국가는 국가재정을 들여서 미래의 시민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공교육은 개인의 입신양명, 즉 좋은 대학진학으로 출세와 부귀를 누리기 위해 공적인 가치들을 모두 내려놓을 것을 암묵적으로, 혹은 심지어 매우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명문대 입학생 숫자를 학교의 우열을 파악하고 한 인간을 온전히 성장시킬 수 있는 '지, 덕, 체'의 교육을 '입시'라는 목표로 치환하는 사교육의 가치가 공교육 안에서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안교육은 결국 공적가치로부터 멀어지고 공적가치를 왜곡하는 우리 교육문제를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되돌리자는 교육개혁운동이다. 그리하여 교육을 통해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자신을 깨닫고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새로운 기회의 제공이다.

모두가 다 똑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회를 우리는 전근대적인 전체주의 사회라고 부르며 혐오한다. 선택지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상징한다.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흥미와 특성을 인정받으면서 스스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교육, 그 교육을 통해 우리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대안교육을 통해 다시 사랑과 웃음을 찾은 아이들의 환한 얼굴에서 그 희망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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