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영]관상이 아니라 심상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필영]관상이 아니라 심상이다

[시론]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 승인 2013-10-30 14:11
  • 신문게재 2013-10-31 17면
  •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 이필영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
또 호들갑 떤다. 수능시험이 코앞이니까. 학교와 학원이 아니라 병원이 호들갑이다. 성형외과가 부산스럽다. 수능시험만 끝나면 대박이라나. 고3 수험생은 바겐세일이란다. 여자고교 앞에는 쌍꺼풀, 코높이, 양악 수술 등을 부추기는 전단지도 뿌려진다. '행복수술'이라며 인터넷도 부추긴다.

'관상'이라는 영화가 있다. 개봉 1주일 만에 200만 관객이 몰린 흥행이다. 얼굴판이 좋아야 출세한다나. 정승 얼굴 따로 있고, 머슴 상판 따로 있단다. '사람의 얼굴 따위를 보고 성질·운명을 판단'하는 게 관상(觀相)이다.

“머리는 하늘이니 높고 둥글어야 하고/ 해와 달은 눈이니 맑고 빛나야 하며/ 이마와 코는 산악이니 보기 좋게 솟아야 하고/ 나무와 풀은 머리카락과 수염이니 맑고 수려해야 한다.// 이렇듯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이다.”

영화 <관상>에서 주인공 관상가 '내경'의 말이다.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다는 거다. 맞다. 틀린 건 아니다. 몸에도, 손에도, 발가락에도 우주 질서가 있다. 그러나 삶이 얼굴을 만드는 게지, 얼굴이 인생을 만드는 게 아니다.

미모 추구는 본능이다. 헌데 '미모=돈'이란 등식이 뿌리박혀 있다. 미모는 돈 들여 만드는 것으로 착각한다. 세우고 깎고 벗기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한 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순수 미모' 분야에 쏟아버린 돈이 무려 10조원이라나. 한 해 소형 승용차 10만 대를 뭉개버린 것이다. 쌍꺼풀 수술 한 번 하는데 150만원이란다. 남성인데도 얼굴 다듬고 고치는데 3000만 원 들여 몸단장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쩌다 '돈이 외모를 만드는 세상'이 됐을까. 성형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성형 수술비를 대출하는 은행도 있으니 말이다. 연이자 12~14%로 일명 '뷰티업(beauty業)' 대출서비스다. 성형을 권하는 미친 사회가 된 거다. 공부에 관하여는 내로라는 우수한 인재가 의과대학에 몰린다. 그것도 세우고 깎고 벗기는 성형외과로 몰린다.

텔레비전 보면 실감난다. 등장하는 인물을 보라. '생얼' 만나기 쉽지 않다. 요즘은 초등생까지도 화장(化粧)하고 학교에 간다고 한다. 화장에도 급이 있단다. 10대의 화장은 단장, 20대의 그것은 분장, 30대는 변장, 40대는 위장, 50대는 도장, 60대 이상은 환장이라나.

그렇다. 어찌 보면 인생은 외모로 결판나는지 모른다. 입학시험에도 면접을 통과해야 하고, 예뻐야 소개팅도 연결된다. 맞선 볼 땐 때 빼고 광내며, 취직시험에서도 면접관은 인상부터 읽는다. 인상 좋으면 덕 볼 때도 있다.

인상(人相)이란 '사람 얼굴 생김새'다. '얼굴'이란 뭔가? '얼'과 '굴'이 합해진 토박이말이다. 얼은 '정신'이다. '얼빠진 녀석'이란 말이 있다. '정신 나간' 사람을 빗댄 표현이다. '얼간이'는 '주책없고 모자라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요, '얼떨떨함'은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겨레의 얼'이란 표현도 있다. 겨레가 갖출 올바른 '정신 줏대'를 의미한다. 얼이 제대로 박혀야 가정도 사회도 나라도 바로 선다.

얼굴에서 '굴'은 뭘까? '골'이 변해 '굴'이 된 거다. 골은 “'뼛골' 또는 '머릿골'의 준말”이다. 즉 뼈대, 골격이다. 얼굴이란 '정신이 박힌 골격'이다. 정신이 바르면 골격이 바르고, 정신이 비뚤면 얼굴도 비뚤은 거다. 성형으로 위장한다고 반듯한 게 아니다.

정신이 먼저다. 마음이 우선이다. 그래야 얼굴이 바르고, 골격이 바로 서는 거다. 높이고 깎고 세우고 덕지덕지 찍어 바르며 호들갑 떨지 말라. 제발 재건축하지 마라. 얼굴은 아파트처럼 리모델링하는 게 아니다.

정신부터 바르게 세우자. 예쁜 마음 가꾸자. 그것이 진정 행복수술이다. '진금불도(眞金不鍍)'라 하지 않던가! 순금은 도금할 필요가 없는 법. 제발 호들갑 떨지 마라. 관상이 아니라 심상(心相)이다. 나라가 뒤틀린 건 성형과 화장발 때문은 아닐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