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기호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 |
3D 프린터란 설계 데이터에 따라 플라스틱, 금속 등의 재료를 고온ㆍ고압의 환경에서 층층이 쌓아올려 입체의 물건을 출력하는 기계다. 최초의 3D 프린터는 1984년 미국의 찰스 헐(Charles Hull)에 의해 개발됐으며,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3D 프린터의 장점은 3가지 'D', 디자인 혁신(Design Innovation), 다양성(Diversity), 디스카운트(Discount)로 설명할 수 있다. 캐드(CAD)과 같은 3D 디자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시제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또 3D 디자인 파일만 있으면 매번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의 다양한 제품 제작이 가능하다. 특히 벌집구조와 같이 복잡하고 내부가 비어있는 형상 제작에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기계 가공은 재료를 깎아서 물건을 만들기 때문에 버리는 재료가 매우 많았으나,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버리는 재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3D 프린터를 이용해 주방·욕실용품을 직접 만드는 것이 이를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장점에 따라 3D 프린터는 자동차 등 제조업 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제작이 필수적인 바이오·의료 및 건축, 항공ㆍ우주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바야흐로 3D 프린터의, 3D 프린터에 의한 시대가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3D 프린터는 아직까지 출력 속도, 물건의 정밀도 및 강도, 활용 재료의 제한 등 많은 한계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출력 속도는 기존 생산 방식의 1000분의 1수준이며, 적층 방식의 출력으로 인해 단층 방향의 충격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게다가 현재 3D 프린터 산업은 과도한 관심 집중에 따라 시장 규모에 비해 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다. 2012년 현재 3D 프린팅 서비스 및 생산물의 가치를 제외한 순수 3D 프린터 산업 규모는 10억 달러이나, 업체 수는 100여 개에 이른다. 이미 상위 기업의 인수·합병이 본격화되고, 과점 체제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3D 프린터 산업이 한계기업이 퇴출되고 신규 기업의 진입은 어려운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의 3D 프린터 산업 정책은 3D 프린터 개발을 넘어서 3D 프린터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조성 전략의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신소재 개발, 3D 프린터 및 소프트웨어 개발, 프린팅 서비스 및 이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마켓을 개발하는 기업들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조기에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표준을 수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총기 제작과 같은 3D 프린터의 오?남용과 3D 디자인 저작권 침해 등을 규제할 수 있는 기관과 협회의 설립도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3D 프린터 산업 생태계 조성의 움직임은 2012년 국가 연구소 설립을 통해 산업계의 3D 프린터 응용 생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산학연 협력 체계를 통해 3D 프린터 산업 추격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3D 프린터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프린터 및 소프트웨어 개발, 재료의 응용, 창업 지원 등 다양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할 것이다. 컴퓨터 교육의 확산이 정보습득과 의사소통 수단인 컴퓨터의 폭발적 보급을 유발한 것처럼, 3D 프린터 산업 생태계 내 참여자 간 소통과 외연의 확대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가 없다.
향후 3D 프린터는 창조적 프로슈머 시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창조적 프로슈머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3D 프린터 산업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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