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왜 무죄 판단을 내렸을까. 우선 검찰이 밝힌 범죄 내용은 이렇다. 대전의 A고 체육교사인 B(48)씨는 2011년 9월 교실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 여제자 C(당시 16세)양을 깨운다며 피해자의 손바닥에 자신의 다섯손가락을 모아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간지럼을 태웠다. 또 수통골 등산로 입구에서 열린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 당시 C양이 가슴 부분이 파인 상의를 입고 와서 훈계한다면서, “왜 이렇게 입었느냐”며 가슴 사이를 손으로 만졌다.
며칠 후 학교 대강당에서 계단을 오르는 C양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C양의 손을 쓰다듬으며 “왜 열심히 안하냐. 선생님이 널 얼마나 예뻐하는데, 실망시키지 마라”고 말하는 등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는 죄를 인정해 B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부담을 느낄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신체를 접촉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B씨는 불복해 항소했다. B씨 측은 “가슴 사이를 만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복장 불량상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손바닥을 간지럼 태우거나 가슴 사이를 손으로 만지고 손목을 잡으면서 손을 쓰다듬는 행위를 추행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법리오해를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원범)는 B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창피함이나 일반적인 불쾌감을 느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이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에 이른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죄 판결의 핵심은 접촉 부위가 성(性)과 관련된 특정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행해진 장소가 공개적인 곳이고, 접촉이 있었던 손바닥과 손등, 목 또는 쇄골과 가슴 사이 부분은 그 자체로 성과 관련된 특정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 신체 접촉행위와 관련, 학생지도 방식이나 훈육방법의 적절성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아동ㆍ청소년성보호법의 추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원범 재판장은 “아청법상 추행죄는 아동복지법상 성희롱보다 형량이 훨씬 무겁다”며 “추행죄로 처벌할 경우 법률에서 정한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