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십만명 찾는 '라이트 건축물 투어' 도시 활력소로

연 수십만명 찾는 '라이트 건축물 투어' 도시 활력소로

위스콘신 출신이지만 시카고서 활동… 지역내 수백개 작품 남겨 '건축 성지' 지역민 뭉친 보존회 1974년 결성… 집·스튜디오 등 스토리텔링화 시작

  • 승인 2013-10-29 14:00
  • 신문게재 2013-10-30 11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지역 마케팅, 이젠 '인물'이 대세] 5.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가의 고장, 도시 전체가 마케팅

▲ 작업 도구는 물론 의뢰인들과 상담했던 작업실, 그와 자녀들과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침실과 놀이공간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는 라이트의 스튜디오.
▲ 작업 도구는 물론 의뢰인들과 상담했던 작업실, 그와 자녀들과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침실과 놀이공간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는 라이트의 스튜디오.
1959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문을 열었을때,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조각작품을 연상시켰고, 달팽이 모양의 외관과 계단없는 나선형의 구조의 독특한 모습 때문이었다. 설계를 맡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의 16년간의 외로움 싸움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설계 당시 독특한 외형 때문에 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16년에 걸친 노력끝에 설계한 대로 작품을 완성했고, 지금은 전세계 건축학도들이 한번씩은 찾고 있는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가 됐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미국의 3대 건축가 중의 하나다.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국에게 거꾸로 유럽에 영향을 준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미국인들의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고장 하면 미국 시카고를 떠올린다. 시카고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시간호를 낀 도심한복판을 유람선을 타고 지나다 보면, 수백여개의 라이트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시카고에서 가장 높다는 윌리스 타워 103층 전망대에도 라이트의 관련 기념 자료들이 전시돼 있고, 라이트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투어하는 '건축 투어 프로그램'은 필수코스다.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위기를 기회로=1871년 10월 미국 시카고에는 대화재가 발생했다. 세계 3대 재앙이라고 손꼽힐 만큼 엄청난 '시카고 대화재'는 극도로 건조한 날씨와 거센 바람 탓으로 무려 27시간 동안이나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이 화재로 시카고 다운타운과 북쪽의 전지역이 전소되다시피 했다. 하루동안 대부분이 목조건물이었던 빌딩 중 1만8000호가 소실됐고, 당시 시카고 인구의 3분의 1인 10만여명이 집을 잃었다. 300여명의 목숨을 잃기도 했다.

잿더미가 됐던 시카고는 이 사건을 계기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유능한 건축사와 설계사들이 도시를 다시 세우기 위해 시카고로 몰려들었고, 자신들이 가진 꿈을 펼치기에 충분한 실험의 장이됐다. 현대 건축물들을 짓기위해 각종 신기술들도 이용됐고, 단기간에 도시는 다시 만들어졌다. 시카고의 명물인 다운타운의 유명한 건축물들은 이때부터 세워지기 시작했다. 다운타운의 건축물들이 단 한곳도 같은 구조를 갖고 있지 않고, 다른 설계와 모양을 갖추고 있다는 것 역시 시카고의 자랑거리가 됐다.

이곳의 이러한 역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는 영웅을 만들어 냈다. 라이트는 시카고 출신은 아니다. 1867년 위스콘신 주 리치랜드센터에서 태어났지만, 건축을 배우기 위해 시카고로 넘어왔다. 1888년 시카고에 위치해 있던 '설리번 사무소'에 취직하면서 건축길에 입문하게 된다. 그는 이곳에 스튜디오와 집을 짓고 활동했으며, 이 지역에 100여개의 건축물을 남겼다.

그가 남긴 건축물을 관람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건축학도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고,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그의 유적에 감탄하고 있다. 시카고는 라이트가 남긴 작품과 건축물들을 스토리 텔링으로 묶어 관광코스로 개발했고, 이를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오크파크시청 데이비드 파워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라이트의 삶과 철학, 그가 남긴 예술적 가치는 이 지역이 품고 있는 오랜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며 “라이트가 이 지역의 출생이 아니더라도 그가 남긴 작품을 홍보하거나 관련 마케팅 자원을 개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 작업실 내부.
▲ 작업실 내부.
▲인구 3만8000명의 작은도시, 건축가들의 성지=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활동했던 시카고 인근의 오크파크는 인구 3만8000여명의 작은 시골 도시다. 하지만 매년 수십만명이 프랭크 로이드의 작품과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전세계 건축 관련 일을 하는 건축가들과 보수전문가, 복원 전문가들에게 오크파크는 '성지'이기도 하다.

작은 시골마을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성지로 만들기까지는 지역 주민의 참여와 노력의 결실이 크다. 1974년 이 지역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보존회'라는 비영리 단체가 만들어졌다. 오크파크에 있는 라이트의 집과 작업실을 보존하기 위해 설립됐다.

아파트로 사용되던 그의 집을 보존하기 위해 이 재단은 돈을 모아 집과 작업실을 사들였고 이들의 노력으로 1976년 국가유적지로 등록됐다.

현재 스튜디오 내부는 라이트가 사용했던 작업 도구는 물론 의뢰인들과 상담했던 작업실, 그와 자녀들과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침실과 놀이공간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무려 500여명 이상의 보존회 봉사자들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투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공공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한다.

라이트의 초기작업 자료에 대한 연구센터와 프레리 건축학교를 운영하기까지 라이트의 가치를 알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보존회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레고 건축가라는 프로그램은 시카고 대학내에 소재한 로비하우스에서 건축에 대한 상상력을 고무시켜 그들의 기초 디자인을 레고를 이용해 3D모델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디자인 프로그램은 부모와 아이들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2개의 침실이 있는 아파트의 실내 도안을 디자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건축 워크숍도 열린다. 학생들이 라이트의 건축디자인을 살펴보고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을 한 후 공간을 디자인하고 건축 계획을 실질적으로 실행하는 법에 대해 학습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보존회 캐럴 허브스트리트 자원봉사자는 “라이트는 오크파크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그의 유산을 발굴해서 스토리텔링하는 건 우리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끝>

김민영 기자 minyeong@

※이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