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행정자치부장(부국장) |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철밥통은 진행형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주장은 사회가 그만큼 정화되고 시스템, 매뉴얼화되면서 더더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의 그릇됨이 조직 전체를 욕 먹이는 사회란 뜻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나 혼자쯤이야'하는 생각은 조직 구성원 모두를 다시금 철밥통으로 치부해버리게 할 수도 있다. 어느 조직이든 10할중 3할만 죽으라 일하고 나머지 7할은 대충대충 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래도 조직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시원스레 돌아간다. 그럼 반대로 7할이 일하고 3할이 논다면 어떨까. 이건 말하나 마나 단언컨대 그 조직은 무슨 일이든지 완벽에 가까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어쨌든 7할이 일을 하든가 놀든가 간에 조직이 굴러간다는 점에서 철밥통이 된통 맞을 수는 없는 구조다.
그래서일까. 공무원들의 철밥통 마인드는 혁신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한쪽에선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전해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유업무를 두고서도 나 혼자쯤이야 하는 마음가짐이라면 불치일 수밖에 없다. 민원인이야 어찌 됐건 알 바 아닌 이상 쇠귀에 경읽기다. 그런데 이 글이 모든 공직자를 한꺼번에 철밥통으로 몰아가는 듯해서 불편하다. 그래서 독자의 제보내용과 직접 확인해본 결과를 곁들인다.
대전지역의 어느 마을 공원 여자 화장실은 전등이 나간 지 벌써 몇 개월째다. 청소미화원도 확인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 공원담당은 몇 개월째 한 번도 현장 확인작업이 없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로등은 겨우 한두 개 비친다. 그러다 보니 밤에는 저절로 소위 불량학생들의 아지트가 되고 만다. 한쪽에선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한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이 한창인데 한쪽은 그렇지 못하다. 혈세를 들여 만들어 놓은 공원을 가끔 아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관리를 해준다면 제법 괜찮은 공원이 될법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아쉽다. 바로 철밥통 마인드다.
또 있다. 교통단속 관련 제보다. 경찰공무원의 주된 임무는 어떤 사고에 대한 예방과 단속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니 어찌 보면 예방이 우선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교통관련 임무를 보면 단속이다. 그것도 무차별 단속이다. 계도는 형식이다. 심지어 좌회전 전용차선에서 좌회전 지시등을 켜지 않았다고 줄줄이 단속이다. 그렇다면 좌회전 전용차선은 뭘까. 고민된다. 뭘 잘못했는지. 한 번쯤 설명이라도 속 시원하게 해주고 계도하면 안되는 일일까. 죽으라 단속에 열을 올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죽으라 계도를 하면 교통사고는 얼마나 줄어들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사고에 따른 단속으로 얻는 사회적 비용과 사고를 미리 방지하자는 계도로 얻는 사회적 비용중 누가 더 효율적인지 말이다. 물론 철밥통의 생각으론 단속으로 얻는 효과가 크다고 할지 모르겠다.
김국환의 '우리도 접시를 깨자'는 노랫말에서 '접시' 대신 '철밥통'을 깨뜨리자고 흥얼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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