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법은 어떻게 태어났는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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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법은 어떻게 태어났는가?(3)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3-10-28 15:14
  • 신문게재 2013-10-29 16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아프리카 잠비아에 있는 로지부족의 재판제도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즉 고소사건이 발생하면 촌장은 고소당한 사람이 그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였기에 분쟁이 발생하였는지 자세하게 알려고 할 뿐 아니라 그의 예전의 경력까지 주의 깊게 살핀다. 특이한 것은 고소한 사람에 대하여도 현재의 역할 뿐 아니라 고소당한 사람과 같이 그의 과거경력까지도 자세히 살펴보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사실이다.

원래 문제는 특별한 상황에서 발생했지만 이처럼 고소사건이 되면 고소한 사람과 고소당한 사람에 관한 전체적인 분쟁으로 파악함으로서 분쟁이 일어난 그 자체의 문제해결이 아닌 두 사람의 인간적인 분쟁으로 확대해 해석하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재판제도와 다른 점인데 오늘날의 재판제도는 오로지 분쟁 그 자체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재판제도가 올바른 재판이며 로지부족의 재판보다 정의에 도달할 수 있는 진보된 방법일까? 아마도 우리가 문명화되고 진보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오늘날의 재판제도가 더 나은 제도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적인 이해는 실제로 분쟁 당사자인 인간들을 깊이 앎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이런 점에서 로지부족의 재판제도는 오늘날의 재판제도보다 훨씬 나은, 진보(?)된 재판제도였던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재판제도는 이러한 분쟁 당사자인 인간에 대하여는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단지 계산적이고 경제적인, 바꾸어 말하면 이기적인 인간만을 전제로 할 뿐이다. 계산적이고 약삭빨라서 손해 보는 짓을 하지 않은 그런 인간을 상정할 뿐이다. 과연 우리는 항상 계산적이고 약삭빠르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럼에도 법은 우리에게 계산적으로 살아가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과 법의 괘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끔 현명하고 영리해야 할 재판관들의 판단을 보면서 왜 일반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할까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오늘날의 재판제도가 분쟁당사자로서의 인간을 이해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원시시대에서조차 재판은 분쟁당사자 자신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최첨단의 시대라는 21세기에 있어서도 재판제도는 안타깝게도 인간적인 이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영리한 경제인으로서 인간을 보고 있을 뿐이다. 물론 조금씩 현실속의 인간을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복지에 관련된 법 등 사회법) 여전히 이기적인 인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인간을 보면 부담스럽고 거역스럽다고 느끼듯이 법 역시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역스러운 것이리라.

이 점에 대해 오늘날의 법제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분쟁을 일정한 기준 하에 일률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간적인 이해를 무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적인 이해를 통한 문제의 해결은 사건의 다양성과 복잡함으로 인해 그리고 주어진 시간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법이 정의롭지 못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해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런 재판제도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제도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인가? 조금 더 숙고해야 할 문제라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번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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