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선 대전경찰청장 |
무단횡단 사망사고로 가을이 슬픔으로 얼룩져 가고 있다. 대전에서는 이달 교통사고로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단횡단으로 6명이 사망했다. 가을의 문턱인 9월 4명이 무단횡단 사고로 사망하며 시작됐다. 무단횡단 사고는 자신의 가족에게 청천벽력의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남기고, 운전자에게는 생명을 앗아간 죄인이라는 굴레를 씌우게 된다. 모두에게 치명적인 고통과 손해가 동반된다.
경찰청의 전국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월 한 달 간 교통사고 사망자 533명으로 12개월 중 가장 높다. 533명의 사망자 중 보행 사망자는 214명으로 40.2%를 차지하고 있다. 대전경찰은 교통사고 줄이기의 일환으로 무단횡단 근절을 위해 특별관리 구역을 선정해 계도ㆍ단속을 강화했다. 폐지 수집하는 노인들에게는 안전 조끼, 안전용품도 지급했다. 경로당을 방문해 교통안전 교육과 홍보를 하며, 무단횡단 근절 캠페인 등 노력으로 5월부터 8월 말까지 4개월간 무단횡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드는 9월부터 무단횡단 사망사고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121명 가운데 무단횡단 사망자는 41명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105명 중 34명(32.4%)이 사망한 2011년부터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31명이 숨져 전체 76명 중 42%를 차지해 지난 3년과 비교했을 때 최고다. 이런 추세면 올해 전체 사망자의 절반을 넘을 수도 있다. 또 2012년 인구 10만 명당 대전의 보행자 교통사망사고는 4.0명으로 7대 도시 평균 3.0명보다 높았다. 무단횡단 사망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시간은 오전 5~7시, 오후 6~8시께다. 3분의 2 이상이 이 시간에 발생했다. 일출 전 이른 아침과 일몰 후 초저녁 어둠이 짙게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출ㆍ퇴근 차량 통행이 많아지는 시간대다.
해가 짧아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어둠이 더욱 길어지고 일찍 시작된다. 전조등을 켜지 않은 차량도 교통사고의 큰 원인이 된다. 가을철 보행사망자 중에서 특별히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은 야간 보행자 사망사고다. 보행자 교통사망사고는 주간보다 야간에 발생하는 수치가 약 1.5배 정도 높다.
야간에는 인체의 모든 기능이 감소해 눈의 지각능력이 떨어져 시력은 주간과 비교하면 2분의 1 수준으로 저하된다. 자동차 전조등의 범위가 한정돼 보행자를 늦게 발견해 무단횡단 사망사고의 주원인이 된다.
보행 사망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이 노인들이다. 지난해 대전에서 노인 보행 사망사고는 41명으로 전체 121명의 33.9%를 차지했다. 27명이 무단횡단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노인은 정신적, 육체적 기능쇠퇴에 따른 반사신경과 지각능력의 저하로 교통사고 위험이 청장년층과 비교하면 훨씬 높아진다. 가능한 밝은 색상의 의류, 모자, 가방 등의 착용을 습관화하고 무단횡단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경찰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계도·단속과 홍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심 곳곳에서는 이를 무색하게 하는 무단횡단이 자행되고 있다. 시민들을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고, 교통질서를 확립하고자 전담 교통단속반인 깨끗한-포커스(Clean Focus)팀이 활동한다. 무단횡단 사망사고 다발지점 24곳을 선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무단횡단을 포함한 불법 주·정차, 음주운전, 방향지시등 미점등, 스쿨존 위반행위 등 8대 항목에 대한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무단횡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무단횡단을 절대 하지 않고 보행원칙을 지키는 성숙된 교통안전의식이 가장 절실하다. 운전자도 주간전조등 켜기, 노인·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보호하고 나의 안전도 지켜야 한다. 운전석을 떠나면 모두가 보행자라는 인식을 갖고 '언제나 보행자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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