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에 설치가 결정되기 까지 과정을 들어다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여기에는 기존에 원스톱여성지원센터가 설치돼있다. 원스톱은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지원하는 센터다. 타 지역 대다수가 원스톱과 해바라기 센터를 공동운영 하고 있는만큼 대전역시 공동 운영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 증축이 불가피했다.
국립대병원이지만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충남대병원 입장에서는 무작정 병원측에서 공간 증축을 위한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금껏 정부에서는 임대료가 아닌 공간 증축비를 지원한사례가 없다.
정부와 병원의 입장차는 대전의 해바라기 지원센터 설치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
충남대병원의 공간 부족이 문제가 되면서 대전시는 지역의 다른 종합병원에 해바라기 센터 설치 지원의사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사립병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수익이 되지 않는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리 만무했고, 아무 병원도 희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상황이 변변치 않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증축비 지원을 약속했고 올해 7억1000만원의 예산을 세웠다.
그래도 순탄치 않았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충남대병원측이 5000만원 이상의 자비 부담을 할 수 없다며 추가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0월 문을 열었어야 하지만, 시와 병원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10여차례 설득과 협의 끝에 병원에서 최종 1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며 결론을 냈지만, 씁쓸함을 감추기는 어렵다.
대전에는 시립병원이 없다. 타 자치단체에는 시립병원에 해바라기 센터와 원스톱여성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대전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바라기 지원센터가 없는 이유도 시립병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시립병원 설치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면 지역의 종합병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차라리 자신들의 병원에서 저소득층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비용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것인가? 병원은 비영리 법인이어서 각종 세금혜택을 받는다. 이익을 내지 않으니까 세금을 우대해 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실상은 씁쓸하다. 해바라기 지원센터가 만약 수익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병원들이 서로 운영하겠다면 유치전을 펼쳤을 것이다. 병원들이 이익이 안되면 외면하는 상황에서 시립병원의 필요성은 점점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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