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수 kt 충남고객본부장 |
지금은 폐지된 코너이긴 하지만 부모와 고등학생 아들이 함께 나와 식탁에 앉아 벌어지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린 '대화가 필요해'를 유독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많지도 않은 핵가족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다. 바쁜 일상도 일상이려니와 공통의 관심사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한 집에 거주할 뿐이다. 식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서로 엉뚱한 이야기만 한다. 다소 황당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곳곳에 웃음 코드를 배치해 허탈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분명 웃기는 상황인데 왠지 씁쓸하다. TV를 통해 보고는 있지만 어쩐지 나의 혹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요즘 말하는 웃프다(웃기지만 슬프다란는 신조어)라는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눈빛과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시대, 가족 혹은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과 이런 진정한 대화를 나눈지가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만큼 흔치 않은 요즘이다.
거의 모든 대화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얼굴의 표정과 목소리가 아닌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나눈다. 물론 우리가 주고 받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도 나름의 감정과 느낌은 있다. 보내는 사람의 마음과 이를 의역하는 사람간 일정한 소통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상호 충분한 교감이 없을 경우 그 만큼 문제의 소지도 많아진다.
감정없이 전달되는 문자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오해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해의 폭이 면대면 대화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양방향의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자를 받고도 못받았다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수신자가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자로 생긴 오해는 그 특성상 쉽게 해결하기도 어렵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2012년 국립국어원이 선정해 발표한 신조어가 있다.
그 중 한가지가 '스마트폰 노인'이다. 이는 머리를 숙인 상태로 스마트 폰을 오래 본 탓에 입 주위가 처져 늙어 보이는 증상이라고 국립국어원은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어다. 그래서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하고 편리한 생활의 필수품은 누가 뭐래도 스마트폰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뭘까? 라는 질문이 타당할 만큼 만능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IT기기 진화의 끝을 예견할 수 없기에 우리 삶에 미칠 영향 또한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의존도는 커질 것임이 분명하다. 머지 않아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닌 기기로부터 소외 받는 시대가 올 것 임도 부정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의 적신호는 비만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식과 운동을 한다. 디지털 기기로부터도 단식을 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디지털 단식'이다. 메말라가는 우리의 감성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위해 잠시 디지털기기로부터 멀어져 보자. 하루에 1시간 혹은 특정 시간을 정해 저마다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소중한 사람들의 눈빛을 보며 이야기 해보자. 문자가 아닌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따뜻한 숨결이 배어 있는 목소리를 통해 교감을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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