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내용일까.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제조, 판매회사인 K사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인 유성구 용산동(대덕테크노밸리)에 있다.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받은 K사는 지난해 7월 옆동네인 봉산동에 직원들의 기숙사로 사용하기 위한 다세대주택을 지었다. 두 달 후 토지 취득세 6300여만원을 비롯해 농어촌특별세 314만원, 교육세 628만원 등 모두 7225만원을 유성구청에 냈다.
하지만, K사는 같은 해 11월 해당 토지는 고유업무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한 부동산은 감면대상이라는 '대전시 시세감면조례'를 근거로 경정청구를 냈다.
그러나 유성구는 거부했다. 해당 토지가 '고유업무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건축법에 의한 기숙사는 면제대상이 될 수 있지만, 다세대주택은 언제든 분양이나 매각이 가능하고 현재 직원들로부터 임대료까지 받는 점 등을 근거로 면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K사 측은 반박했다. K사 대리인인 법무법인 저스티스 황윤상 변호사는 “직원 과반수가 타지에 주소가 있어 사택이 없으면 이탈이 불가피하고, 야간이나 주말 연구인력이 대기해야 하는 등 필요하다. 고유 업무에 직접 사용하기 위한 부동산”이라고 맞섰다. 또 “사택을 분양하거나 매각한다면 대전시 조례에 따라 면제된 취득세를 추징하면 되고, 직원이 내는 임대료는 관리비로 만약 영리목적이 확인되면 취득세를 과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K사는 사업장이 있는 용산동에 기숙사 신축허가를 받으려 했다. 대덕특구 특별법에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가받지 못했다. 유성구가 지구단위계획을 근거로 불허했기 때문이다.
황 변호사는 “봉산동에 건축허가를 받은 건 사업장이 있는 용산동에 허가를 받을 수 없게 규정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 때문으로,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다”며 관련법 규정의 상충 문제를 언급했다.
법원은 K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미리)는 K사가 유성구청장을 상대로 낸 취득세 등 경정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경정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동산 용도를 제품 생산·판매에 필요한 시설로 축소 해석하는 것은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에 비춰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직원 상당수가 숙소를 사용하고 입실 자격을 정해 제공하며, 임대료가 영리목적이라도 추징할 수 있는 점과 관련 규정 상충으로 부지를 취득한 점 등을 근거로 '고유업무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한 부동산'으로 규정했다.
황 변호사는 “수도권과 떨어져 인재 유치가 어려웠던 대덕특구 다른 기업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까지 감면하는 현실임을 감안해 그에 맞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덕특구 벤처기업들이 소속된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는 지난해부터 지식경제부와 대전시와 유성구 등에 입주기업의 신축공장 부대시설로 기숙사 건립 허가 등을 요구해왔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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