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우리 나라의 고등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매년 피를 말리는 경쟁을 치르고 있다. 고등학생을 둔 가족들의 생활도 덩달아 정상적이지 못하며 우리는 이를 지극히 당연한 일로 인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아예 예외적인 인간집단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우리 나라 통계청에 의하면 2012년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연간 19조원을 상회하며 이는 1인당 283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조사에 의하면 2013년 우리나라 4년제 일반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670만원 선이며 가장 비싼 한 사립대 의과대학의 등록금은 년간 1200만을 상회한다. 상당수의 학생들에게 사용되는 사교육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다는 대학의 등록금을 훌쩍 넘어선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것도 아니다.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아우성이지만 매년 대학등록금의 절반에 육박하는 사교육비는 불평도 해 보지 못하고 있다.
거의 초인적인 일정으로 공부하며 사교육과 온 가족의 지원으로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과거의 경우에 비하여 학습능력이 우수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대학생들은 20년 전의 학생들에 비해 국어, 영어, 수학은 물론 과학이나 인문사회 과목 거의 모든 과목에 대해서 결코 우월하다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심지어 공과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대부분 수능시험에서 점수관리를 위해 물리 과목을 선택하지 않음으로 인해 대학에서의 정상적인 과목수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화학 과목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형편이다. 결국 대학은 신입생들에게 기초과학과 수학을 다시 가르치면서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공부와 유사한 추가 수업을 실시하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번 자신감을 잃은 학생들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대학의 연구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등록금 부담이 대폭 완화됐지만 이제는 거꾸로 대학원생을 구하지 못해 연구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 수능시험으로 시작된 국가적인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공계 대학의 수학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전공분야의 대학원 진학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가의 연구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취업을 하고 나서이다. 졸업생들이 취업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내부에서는 또 다시 여러가지 형태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떠한 직장이든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는 한정되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오십대에 정년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너무도 뻔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우선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방법을 택한다는 이유로 기초적인 과학을 등한시 한다.
필자는 대학생들에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어서 본인의 특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회사에 근무할 때에도 전공분야에 특기가 있어서 회사에 기여도가 높다면 사정은 매우 다를 것이다. 또한 회사에서 퇴직을 한 이후에도 본인의 특기를 활용하여 창업 등을 통해서 가족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본인의 전공 분야에서 창업을 할 경우 기업의 각종 자료를 더욱 쉽게 확보할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리한 여건에 있을 수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는 삼성의 실적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이렇게 소수의 대기업에 의해서 나라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며 건실한 중소기업이 많은 국가가 여하한 외부의 충격에도 훨씬 튼튼하게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대학에서 대학원에서 깊이 있는 학습과 연구를 통해 창업을 포함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일보다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훨씬 수월한 경쟁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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