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살 고교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가 발생한 지 정확히 100일째다. 힘겨운 나날 속에서도 유가족들은 쉼 없이 달려왔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세상과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칠 겨를이 없다. 호소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법원과 검찰 등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간판'을 내건 곳은 모두 찾아갔다. 하지만, 만나주는 이는 없었다. '서면'으로 제출하고 기다려보라는 답변밖에 듣지 않았다.
결국, 유가족 스스로 뛰었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검찰, 태안군, 태안해경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근거서류를 내밀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문제가 있었다고 호소했다.
100일을 다녔다. 하지만, 메아리만 들린다. 제2의 참사는 막겠다던 정부와 정치권이 공언한 '7월의 약속'은 휴짓조각이 된 상태다.
아이를 잃은 한 어머니는 “정말 안 되는 문제인가라고 하루에도 스스로에게 수없이 묻는다. 이제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 선두엔 교육부가 있어야 한다. 참사가 발생하자,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꾸려 사고대응반과 사고조사반, 사후대책반 등을 발 빠르게 가동했던 책임지는 교육부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교육부는 사고 수습에만 열을 올렸고, 지금은 부실한 사고조사와 무관심한 사후대책으로 유족을 또다시 울리고 있다.
고 김동환 군의 아버지는 “솔직히 (교육부에 대해) 불신이 많지만, 그래도 열쇠를 쥔 곳은 교육부가 아니냐. 사고 발생 당시 보여줬던 그 노력을 다시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물론 여러 곳에서 유족들에 대한 대책을 주문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외면하거나 무관심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최대한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수련시설 관리·감독이 있는 여성가족부 역시 유스호스텔의 불법 영업 등에 대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충남교육청과 공주대, 공주사대부고, 공주사대부고 총동창회도 마찬가지다. 권한과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지 말고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호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총동창회 관계자는 “유족보다는 못하지만,저희 역시 자식을 잃은 깊은 아픔을 갖고 있다. 유족들에게 약속한 건 시간을 두고 해야 할 사안이다. 대부분은 추진돼왔고, 앞으로 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참사를 잊고 있었던 정치권은 나설 것을 재차 약속했다. 새누리당 성완종(서산·태안) 충남도당 위원장은 “비리의혹 등에 대해 현재 충남도가 종합감사 중인 것으로 안다. 감사가 미진하면 국회 차원에서 직접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해 수시 또는 정기 안전점검을 해야 하지만 임의규정인데다, 처벌 규정도 없다. 청소년 수련활동의 난립과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대책을 위해 청소년활동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수현(공주) 충남도당 위원장은 “공주사대부고 선배로서, 후배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보상을 놓고 교육부와 유족 사이에 이견이 있는데,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사자의 범위를 타인의 불법행위로 사망한 경우에도 의사자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이와 함께, 사고를 겪고 재학 중인 학생들에 대한 힐링도 중요하다”고 말했다.<끝>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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