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덕재 시인·대전시인터넷방송 PD |
비교적 젊은 층으로 구성된 이 극단은 지난 2010년 대전에서 창단했다. 짧은 역사를 가진 극단이기는 해도 단원들은 탄탄한 경험을 쌓아 온 이들이다. 지역에서 십수 년 이상 활발한 공연과 다양한 사회문화예술 활동을 해온 연극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나누고 함께하는 연극,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연극, 그래서 모두가 공유하는 연극공동체를 창단정신으로 삼았다.
필자가 나무시어터 활동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동체 정신을 복원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나무시어터는 지난 여름 연극협동조합으로 조직 성격을 변화시켰다. 최근에는 마을기업으로도 지정됐다.
협동조합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김기섭 두레생협 상무이사는 “안팎에서의 줄탁동시없이 협동조합은 시대적 소명을 다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새끼와 어미 닭이 서로 안팎에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극단이 연극협동조합으로 변신한 것은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치는 공동체 문화를 향한 실천적 움직임이라고 보기에 충분했다. 전문극단이 협동조합으로 성격을 달리한 것도 눈에 띄었지만,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은 또 다른 화제였다.
마을기업은 지역 사람들을 하나로 모이게 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경제적인 관점이 녹아있다. 나무시어터가 빠른 속도로 극단의 성격과 위상을 새롭게 다져나가고 있는 것은,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새롭게 보려는 시도이자 예술 경쟁력을 갖기 위한 진지한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전의 여러 극단은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불과 5년 전과 비교해도 연극판이 풍성해졌다는 게 지역 연극계의 중론이다. 극단마다 내부역량을 강화한 것이 주요했으나, 대전시에서 소극장 지원사업을 펼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 극단들이 소극장을 마련하면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횟수가 많아졌고, 장기공연을 시도하는 극단이 늘어난 점도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지원사업이 끊길 경우, 발생할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는 것도 지역 연극계가 안은 절박한 현실이다. 열악한 지역극단의 한계를 스스로 타개하려고 나무시어터는 창단작품 '뱃놀이 가잔다'를 장기공연으로 끌어갔다. '뱃놀이 가잔다'를 무대에 올린 시간만 해도 석 달 남짓. 장기공연은 극단의 힘이나 운영역량을 키워가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는 게 그들 스스로의 평가다.
취재과정에서 나무시어터 단원에게 대전지역 소극장문화 활성화 방안을 물어봤다. 단원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공연이 계속 펼쳐져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공연이 지속되려면 기획력이 중요한데 지역에서 6개월 이상 돌아가는 극단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소극장이 연극을 위한 공간이나 다양하게 열어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나무시어터의 전망을 물어보았다. 단원은 “극단이 허름하지만 백 년 동안 공연을 한 극단이야, 이런 소릴 듣고 싶어요”라며 “또 나무시어터에 남아있는 사람이든 거쳐 간 사람이든 극단이 영원한 집이 됐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했다.
나무시어터가 연극협동조합으로, 마을기업으로 변신한 새로운 실험이 백 년 역사로 이어질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은 셰익스피어의 연극이 지금도 재해석되고 새롭게 무대에 올려지는 것처럼, 좋은 연극을 만드는 매순간이 모여 백 년 역사를 만든다는 것을 믿고 있다. 의미 있는 실험과 시도를 하는 지역 극단에 응원을 보내는 방법은 공연이 열리는 극장을 찾는 것이다.
요즘 대전에서는 소극장 연극축제가 열리고 있다. 다음 달 17일까지 열리는 연극축제에는 지역의 관록 있는 극단들이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또 베트남·스위스·일본의 극단도 초청돼 공연을 앞두고 있다. 대흥동에 있는 소극장 고도, 금강, 드림아트홀, 마당, 상상아트홀, 핫도그 및 궁동 펀펀아트홀의 작은 무대를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늘어날 때 지역 연극인들의 열정은 식지 않을 것이다.
배우와 관객은 줄탁동시의 관계다. 안팎에서 알을 깨는 동안 대전연극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며 연극인들은 무대에서 다양한 인생의 드라마를 보여줄 것이다. 연극을 인생에 비유하는 건 세상이라는 무대의 주인공과 조연이 우리 스스로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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