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태주 시인·공주문화원장 |
짧은 일정이었지만 참 많은 것들을 보고 새로운 것들을 만났다. 햇빛 비쳐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루이스 호수, 에메랄드 호수.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었던 수없이 많은 호수들. 만년설을 보았고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폭포를 보았고 설상차를 타고 빙하지역을 찾기도 했고 빙하지역에만 산다는 나무숲을 보았다.
그런 가운데 여행 둘째날 저녁 무렵, 무심히 찾은 계곡에서 만난 연어들을 잊을 수 없다. 마침 그들은 알을 낳으러 모천을 찾은 어른연어들이었다. 호텔방에 짐을 풀었을 때 연어가 올라왔으니 보러가도 좋다는 전갈을 받고 찾은 나지막하고 조부장한 개울이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법석을 떨고 있었다. 와! 사람들은 환호를 하고 있었다.
정말로 연어였다. 처음 본 연어는 생각 밖으로 몸통이 크고 우람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가 몸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멍투성이였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정말로 연어들의 입은 아래턱이 커다랗게 불거져 있었다.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면서 그렇게 아래턱이 변형이 되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한사코 자기 고향으로 찾아와 알을 낳는다는 연어. 그리고서는 힘이 부쳐 죽는다는 연어. 정말로, 정말로 연어들은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성질 급한 한국의 관광객 몇 사람이 텀벙 신을 신은 채 개울물로 들어가 연어를 들어 올렸을 때 연어들은 사람들의 손바닥 위에서 힘없이 몸을 부리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나는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다.
저 물고기들이 정말로 내가 가끔씩 예식장 같은데 뷔페식당에서 먹었던 그 연어회의 원형이란 말인가! 성스럽다고나 그럴까. 가슴 벅차다고나 그럴까. 인간인 나 스스로가 많이 부끄럽다고나 그럴까. 차라리 연어를 만나지 말고 돌아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순한 사람들이다. 착하고 평화롭고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다. 캐나다는 그렇게 커다란 나무, 곱게 물든 붉은 색 단풍나무 아래 조용히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나라다. 더러는 곱게 늙은 노인이 웃는 눈으로 적대감 없이 이방인을 바라보아주는 나라다. 참 아름다운 나라, 깨끗한 나라다. 세상에 태어나 한번이라도 이렇게 캐나다를 보았다는 건 행운의 일이다.
그런 가운데 특히 나를 울린 일은 또 엉뚱한 곳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그것은 밴쿠버의 호텔에서였을 것이다. 그 호텔에서 우리는 이틀을 연달아 묵도록 되어 있었다. 첫날을 묵고 다음날 아침, 호텔 방을 나설 때 우리는 1달러짜리 미화 두 장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고 나왔다. 그런데 저녁에 다시 돌아와 보니 돈이 놓여 있던 책상 위에 한 장의 메모지가 놓여 있는 것이었다.
무얼까? 그것은 방을 치우는 일을 하는 여자 분이 써놓은 쪽지인데 내용은 자기에게 팁을 주어서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아, 1달러의 팁을 받고 감사의 편지를 쓰다니! 감동이었다. 행복한 마음도 들었다.
1달러의 감사와 행복. 그것은 이국에서 맛본 특별한 느낌의 시간이었다. '팁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시설관리인.(Thank you so much for the tip's from House Keeping)' 캐나다는 그렇게 나에게 겸손한 나라, 깨끗한 나라, 순한 나라, 아름다운 나라, 감사하고 행복한 나라로 기억되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