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은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발생 100일째 되는 날이다.
유가족을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사고 후 당국의 대처다. 다섯 아이의 허망한 죽음 후 변할 것 같았던 세상은 그대로다. 사고 재발방지를 당부했던 약속도, 철저한 수사와 엄벌에 대한 수사당국의 약속도 지켜진 게 없다.
오히려 유가족들만 동분서주한다. 수많은 의문 중 제대로 해소된 건 하나도 없다. 부실수사와 부적절한 공유수면 사용허가를 내준 해경과 태안군청, '위험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졌지만 두 기관은 묵살하기만 했다.
태안해경의 부실수사에 대해서는 답답하며 분노한다.
정작 책임자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고 당시 책임자 엄벌에 대한 약속은 잊혀진지 오래다. 유스호스텔 대표는 불구속, 유스호스텔 이사도 불구속, 하청받은 여행사 대표는 입건되지도 않았다. 현장에 있던 교관들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재판 중이다.
학생들 사고 전, 주민들이 수차례 제기했던 민원들이 행정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묻혔다. 유스호스텔은 사고 전 정원 초과 등으로 수차례 민원이 제기됐다. 과태료를 받는 일도 빈번했다. 유스호스텔로의 허가 등록이 취소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태안군청은 과태료로 마무리했다. 반복되는 게 문제였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르면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같은 이유로 과태료를 2회 이상 받으면 허가 또는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민원은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에도 전달됐다. 태안군청, 여성가족부가 해양유스호스텔에 허가·등록을 취소했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태안군청의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문제가 적발될 때마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해왔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고지점도 의문이다. 학생들이 훈련을 받은 곳은 해양유스호스텔과 백사장해수욕장 사이 해안가다. 사고지점 인근은 유스호스텔 측이 공유수면 사용허가를 요청했다가 반려된 곳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이 위험성 때문에 반려됐다. 어처구니없게 학생들이 위험지역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얘기다.
엉뚱한 점은 또 있다. 유스호스텔이 정작 허가를 받은 곳은 사고지점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이다. 다른 곳에 허가를 받고 정작 위험한 곳에서 훈련했다.
이 같은 불법적인 해양훈련은 사고 전 계속됐다. 현장 주변에는 태안해경 안면파출소가 있지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고 전 주민들이 해경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아이들이 위험한 장소에서 훈련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경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공유수면 내에서 이뤄지는 사항에 대해선 우리 소관이 아니다. 우리는 해양훈련 시 필수적인 구명조끼 미착용과 보트 승선 인원 초과 등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후식 유족 대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며 “유족이 직접 찾아 문제를 제기하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둘러대고, 유스호스텔 측과의 연루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수 기자 joseong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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