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목원대 총장 |
1989년 유네스코에서는 문맹퇴치 공로상을 '세종대왕 문해상'으로 명명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1997년 '훈민정음 해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하였다. 저명한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한글은 환상적인 꿈의 언어'라고 극찬한 바 있으며, 미국의 소설가 펄벅은 '한글은 가장 익히기 쉽고 훌륭한 글자'라고 치켜세우며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우리는 매일 별다른 생각 없이 사용하고 또한 너무도 가까이 있기에 한글이 왜 위대한 문자인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민족은 각각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서로 의사소통 하며, 그것이 민족의식을 강화하는 매개체 구실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언어는 약 6000여 가지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 중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는 언어는 250가지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디스커버 지는 이들 언어 중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언어가 한글이라고 하였다. 한글은 중국 중심의 한자문명 시대로부터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이끌어낸 가장 혁명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고,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통신 강국으로 우뚝 서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UCLA 지리학과 교수이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자신이 만약 20대로 돌아간다면 첫 번째로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한글이 가진 우수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첫째, 한글은 세계최고의 문자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둘째, 그 어떤 문자보다도 배우기 쉽고 읽기도 쉽다. 셋째, 한글은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장점만 합쳐 놓았다. 넷째, 모음과 자음이 각각 모양이 달라 1000분의 1초 만에 자음인지 모음인지 식별이 가능하다. 나아가 다이아몬드 교수는 '만약 세계의 언어를 통합해야 한다면 그것은 무조건 한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우리 대학에는 현재 중국, 몽골, 태국 등 18개국으로부터 건너온 약 160여 명의 유학생이 재학 중에 있다. 이들 유학생의 애로 및 건의사항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보면 입학하면서 대학생활 초기에 가장 낯설고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언어문제지만, 자음과 모음의 가지 수가 적고 발음대로 표기를 하는 방식으로 인해 한글을 배우는데 투자한 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고 하며 오히려 이들이 한글의 우수성에 대하여 칭찬을 늘어놓곤 한다.
요즘 K-POP과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의 물결이 거세다. 한국의 가요와 드라마가 해외로 전파되면서 덩달아 한국의 패션, 게임, 가전제품 등 한국산 제품과 기업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온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한류가 확산되면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보다 깊이 알고자 하는 수요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를 가장 깊이 그리고 빠른 시간에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겨있는 것이다. 고유 언어를 잃은 민족은 더 이상 민족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예컨대 만주족은 만주어를 잃어버림으로써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한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언어이고 우리 민족의 자랑이다. 지난 10월 9일 다시 공휴일로 돌아온 한글날을 기념하며 동시에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을 잘 보존하고 지켜나감으로써 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 나가고, 더 나아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단상에 새삼 젖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