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문상부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충청 인구가 호남보다 많은데 충청권 국회의원 25명이고, 호남은 30명이다. 잘못된 것 아니냐”는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대전 대덕)의 질의에 “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문 사무총장은 또 “(현행 선거구 획정 등이) 잘못된 점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간 선관위는 충청권 선거구 증설 논의에서 한 발 빠진 상태였다. 그러나 현행 선거구 획정의 불합리함이 선관위에 인정되면서 향후 선거구 증설 추진이 탄력받을 지 주목된다.
하지만, 온전히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중앙선관위 등은 지난 19대 총선 직전, 세종시 단일선거구 설치 필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그러나 선관위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회피하고자 국회의원 정수를 19대 총선에 한해 300명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했다. 이는 정당성 논란 등으로 지적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충청권 선거구 증설을 위해 선거구 획정위가 정치권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재술 전 중앙선관위 교수는 “호남에서 하나가 늘어나면 새누리당 측에서 민주당 의원 한명 늘여준 꼴이 되고, 영남은 민주당에서 반대할 것”이라며 “이해관계 때문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의원들의 표결로 결정되는 만큼, 각 당 원내 대표들의 합의에 따라 (선거구 획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거구 증설을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 초월에는 여야 정치권도 같은 견해다. 이장우 위원장은 “다음달 12일께 충청권 새누리당 의원 전체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며 “중앙정치에서 선거구 증설 문제를 본격적으로 쟁점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위원장은 “국정감사 이후 선거구 획정위의 독립기구화를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키로 했다”면서 “획정위에 정치인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지역 유권자들의 표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국회에서는 획정위 안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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