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희생 헛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아이들 희생 헛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책임진다는 이들은 어디에… 등돌린 정부·정치권 야속”

  • 승인 2013-10-21 18:06
  • 신문게재 2013-10-22 2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 100일]2.고통의 나날, 유가족의 아픔

▲ 정부와 정치권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엄벌, 제2의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진게 없고 노력한 노력한 흔적조차 와 닿지 않는다. 유가족들이 한 보따리의 서류 뭉치를 들고 본사를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한 것도 그 때문이다.
▲ 정부와 정치권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엄벌, 제2의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진게 없고 노력한 노력한 흔적조차 와 닿지 않는다. 유가족들이 한 보따리의 서류 뭉치를 들고 본사를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가 지났다.
어김없이 오늘 아침도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얼마나 울었을까. 밤마다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눈물에 지쳐야 눈을 감을 수 있다.

버릇처럼 오늘도 튼튼한 못이 박혀 있는 곳을 찾는다. 아들에게 가고 싶어서다. 그런데 하나밖에 남지 않은 딸이 눈에 선하다. 결국, 오늘도 현실은 참아야 한다고,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얼굴조차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도 힘을 내라고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 견뎌왔다. 어느덧 벌써 100일이 다가왔다. 악몽 같은 나날이었다.

고 이병학 군의 아버지인 이후식씨. 그의 부인은 사고 후 '외상 후 스트레스'로 지금까지도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두통이 심하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어야 그나마 눈을 붙일 정도다.

그 역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럴 겨를이 없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아들의 원통함이 눈에 아른거려 주저앉을 틈이 없다. 그래서 달렸다. 자동차 유류비만 500만원 가까이 쓸 정도로, 아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90여일간 오직 달리기만 했다. 유스호스텔과 해병대캠프 업체 등의 인ㆍ허가와 관리에 소홀했음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해'를 무릅쓰면서도 교육 당국에 여러 차례 '어떻게 됐는지'도 문의했다. 그렇게 100여일을 다녔더니, 서류의 양이 참았던 고통만큼 많았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원통함과 분노뿐이다. 호언장담했던 수많은 약속 중 지켜진 건 거의 없다. 오히려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 발뺌하기 일쑤다.

유가족 대표인 이씨는 “그 누구도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악몽이다. (부인은) 눈만 뜨면 눈물부터 흘린다”고 말했다. 고 김동환군의 아버지 김영철씨는 '술' 없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인터뷰가 진행된 3시간 동안 아이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눈물을 머금기 위해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갈만한 곳은 모두 가봤다. 억울함을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또 호소했다.

훌륭한 화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들이다.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해 하루하루 희망을 잃은 채 연명하는 이들에게 삶을 주고 싶었던 아들이었다. '심정이 어떠냐'고 물었다. 답은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가슴 속 깊이 참아왔던 '오랜 눈물'을 보였다.

김씨의 부인은 “눈만 뜨면 튼튼하게 박혀 있는 못이 어디 있는지 찾는다. 아들에게 가고픈 마음과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김씨를 비롯한 5명의 부모에겐 공교롭게도 모두 남매가 있었다. 세상은 딸만 남기고 아들을 모두 데려간 것이다. 중학교 때 전국 상위 1%에 들었던 학생들로, 지역과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인재들이었다. 그래서 더 억울하고 원통하다.

하지만, '책임지겠다'던 이들은 모두 떠났다.국가보상금과 위로금을 주고, 사회부조리에 희생된 아이들의 정신을 기리는 장학재단 설립과 국가차원의 의사자 지정 등 장례식장에서 앞다퉈 약속했던 '당국'의 약속은 지켜진 게 없다.

정치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지금, 태안 해병대캠프 참사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한 국회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아무도 없다. 충남은 물론 대전지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법원 등 조금이라도 '우리의 아픔'을 들어줄 만한 곳에 자문의 호소문도 보냈지만, 답이 없다.

이후식 대표는 “교육 당국은 슬픔과 비통에 정신없는 유가족들을 오히려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힘없고 나약한 유가족들은 단지, 아이들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받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