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원명학교 장애인배구팀(대전장애인배구협회)은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9명으로 꾸려져 있다. 지도자는 특수체육 경험이 풍부한 임승완 감독. 임 감독은 하나부터 열까지 아니, 하나에서 스물, 서른까지 일일이 가르치는 걸 끊임없이 반복해야 했다.
일반인들도 한 번에 따라가기 어려운데, 배구의 '배'자도 모르는 장애인들이 감독 지도를 빨리 따라가 금방 선수가 될리는 만무하다. 볼을 잡는 법, 토스하는 법, 포지션 잡는 법 등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될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했다. 이제 좀 됐다 싶으면 다시 제자리였지만, 임 감독과 아이들은 배구코트를 떠나지도, 배구공을 놓지도 않았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배구선수로 거듭난 아이들은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팀이면서도,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원명학교 배구팀은 경기 수원에서 열린 '제10회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 배구 A그룹과 B그룹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중앙여고 체육관에서 이틀 간 열린 '2013 서울시 배구협회장기 제1회 전국 지적장애인 배구대회'에 출전, 결승까지 올라가 제천 청암학교를 2-0으로 완벽하게 이겨 우승을 거머쥐었고, 한 달 전인 5월에는 첫 출전이던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7월에는 충북 제천에서 열린 '2012 전국지적장애인 배구대회'에서 전국 5개 시·도 5개 팀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임승완 감독은 “수준별로 나눠 아이들을 훈련시키고, 대회에도 꾸준히 참석하려 노력한다”면서 “아이들이 처음에는 자기 포지션도 못 찾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각자 자기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했다. 임 감독은 “학교에서도, 체육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훈련비부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그런 도움과 지원이 있었기에 오늘의 배구팀이 있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 임 감독은 특히 “무엇보다 아이들의 사회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부적응으로 전학을 왔던 한 아이는 처음에 기가 죽어있고,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았는데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관심을 꾸준히 갖고, 함께 땀을 흘리며 어울리다보니 언젠가부터 아주 밝아졌다”고 했다.
임 감독은 그러면서 “아직 많은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운동하는 것에 부정적인 게 사실”이라며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 공부나 다른 걸 시키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오히려 운동이 아이들의 사회성과 독립심을 키우는데 정말 좋다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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