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법은 어떻게 태어났는가?(2)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법은 어떻게 태어났는가?(2)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3-10-21 14:17
  • 신문게재 2013-10-22 16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원래 법은 일정한 사회 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력의 사용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사실 이러한 점에서 법은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정치란 권력, 즉 사회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획득하고 이를 합법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하면 법은 이처럼 합법화된 힘을 사회내의 질서유지를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권력을 획득한 우두머리가 구성원에게 벌을 주거나 강제적인 명령을 한다고 하여 이것이 곧바로 법의 집행으로 볼 수 없는 것이며 여기에 일반성, 지속성, 공정성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그 사회 내에서 일정한 형식이 갖추어질 때에 비로소 법이라는 명칭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제방법은 비형식적이고 관습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합법적이라 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강제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라면 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세계 내에 존재하는 많은 사회가 최근까지도 이러한 관습적인 형태로서의 법에 의해 사회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의미 있게 다가오는 한 사회의 예를 들겠다. 아프리카의 잠비아에 있는 로지(Lozi)족의 이야기다. 사실 이 부족사회는 강력한 정치체계나 사법기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재판 유사한 제도가 있었다. 여기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오늘날의 조정과 같이 마을 지도자에 의한 해결을 시도한다.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에 부족장과 장로들로 구성된 부족회의에 나가 해결을 요구하게 되는데 오늘날의 재판과는 약간 다르지만 의미있는 재판제도라고 여겨지는 제도가 있었다. 즉 다툼이 생긴 이들은 각각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장로회에 나가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부족장이나 장로들은 문제된 분쟁에 대한 이야기만을 듣고 바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않은 채 계속하여 잠자코 듣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분쟁내용만이 아니라 상대방이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으면서 자신의 주장이 올바르다고 하게 되는데 때로 이러한 변론으로 인하여 며칠씩이나 재판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재판관들은 당사자의 분쟁내용만 듣고 선입견 없이 그에 따른 공정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로지부족의 경우에는 부족장이나 장로들은 당사자로부터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들어서 이들에 대하여 충분하게 알고 난 이후에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들은 당사자에 대하여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좋은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재판의 방법은 로지사회의 성격에 아주 적합한 방법이었는데 소규모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사회여서 대부분이 친족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개인 상호간에도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래 촌장은 정치적 권위뿐 아니라 종교적 권위자이며 토지경작권과 연못이나 강물에서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로지부족은 어떤 사람이 그 마을에서 살기 위해서는 그 마을에 먼저 들어와 사는 사람과 친족관계가 있어야 했고 또한 마을 내의 경제활동이 역시 촌장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모든 마을 내의 주민들은 촌장의 통제 하에 마을공동체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