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 |
노을보다 붉은 단풍잎을 보며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게 되고 흐르는 계곡물을 보며 지나간 세월을 되새겨보기도 한다. 가을은 알 수 없는 설렘과 쓸쓸함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들판에 나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기도 좋다. 가끔 오래된 책을 다시 펼치면 책갈피가 되어버린 네 잎 클로버를 만나게 되면 반갑다. 인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책이다. 책방에서 새로 나온 베스트셀러인 책이 아니라 내가 읽었던 책 중에 밑줄이 쳐지고 나의 손때가 묻은 낡은 책, 그 책을 선물한다.
가끔 여백에 나의 사색을 적어 놓기도 하고, 다른 색깔의 볼펜으로 밑줄을 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책. 나의 삶이 묻어 있고 나의 상념과 나의 시간이 녹아 있는 내 살 같은 책. 그 책을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소중하게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동반자의 표식이다. 그 책에 선물 받은 사람의 상념과 밑줄이 쳐지면서 나의 과거와 그의 현재가 공존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나도 좋다. 최적지를 꼽으라면 국립대전현충원이다. 아니 현충원에는 책을 들고 오지 않아도 이곳 자체가 살아있는 교과서이기 때문에 그냥 와도 좋다. 야생화공원 단풍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가을에 동화된 듯 아름답다. 또한, 묘역을 보면 병정처럼 장엄하게 도열해 있는 비석들을 보라. 그 수많은 비석을 보면 '이렇게 많은 분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셨구나'라고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현충원은 살아있는 역사교실이다.
가을 주말이 되면 참배객들과 방문객들이 많아진다.
묘역을 두 팔 벌려 둘러앉은 듯한 보훈 산책로에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묘비 앞에는 돗자리를 펴고 삼대가 모여 과일 등을 깎아 먹으며 돌아가신 분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러나 혼자 묘비 앞에 앉아 계신 분들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다. 또는 그동안 말 못한 서러움이 흘러나오듯 통곡소리가 묘역에 메아리친다. 우리는 느끼게 된다. 우리 역사에는 뼈아픈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아파하는 분들이 많구나. 감사하고 미안해진다.
방문객이 많이 찾는 또 다른 곳은 올해 개관한 호국철도기념관이다.
코레일에서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철도참전용사들을 위해 개관한 곳이다. 6ㆍ25전쟁에 참전해 군수물자 수송작전 등을 수행했던 기관사의 이야기와 위패실, 철도의 발전상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다. 그다음으로 많이 찾는 곳은 하늘나라 우체통이다. 민원안내실에 들어가서 유가족들은 그리움을 담아 엽서를 쓰고 방문객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추모엽서를 써서 하늘나라우체통에 넣는다. 아이들에게 써 보게 하면 좋다. 이런 곳을 방문하고 엽서를 써보면서 애국심을 키울 수 있다.
국립대전현충원이 존재하는 목적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모시고 그분들의 나라 사랑정신을 후세에 전해 똑같은 아픔을 겪지 않고 강건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구심점이 되기 위해서다. 가을이 가기 전, 한번 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나라 사랑 체험교육을 오면 뜻 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국가와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은 나라 사랑 정심 함양이다.
교육은 현장체험과 법적 장치도 중요하다. 국가보훈처에서는 국민에게 나라 사랑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2011년에 의원 대표발의를 통해 나라 사랑교육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012년 11개 조문의 기본계획과 학교 나라 사랑 교육지원에 대해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나라사랑교육 지원법이 하루빨리 제정돼 자리 잡아야 한다. 나라 사랑교육법 제정에 국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라며 국립대전현충원으로 꼭 찾아오길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