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보]의사 없이 초음파 검사 '황당한 병원'

건강검진 과정 방사선사 단독진행… 의료법 위반에도 일부 기관 만연 비싼 검사비 불구 환자는 불안

직장인 박모씨(대전 서구·57)는 건강검진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대전 서구의 A건강검진 기관을 찾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가 아닌 방사선사가 단독으로 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검사 이후 기관측에 항의했으나, “검사는 방사선사가 하더라도 판독은 의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박 씨는 “보험도 안되는 고비용의 검사를 받으면서 어떤 환자가 전문의의 검사를 받고 싶지 않겠느냐”며 “제대로된 검사를 받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씨와 같이 방사선사가 단독으로 초음파 검사행위를 하는 일이 지역 일부 건강검진 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검진기관은 환자에게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 '초음파사들이 더욱 검사를 잘할 수 있다'며 홍보활동을 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초음파사'를 도입하지 않았으며, 대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자격증을 가진 의사들을 대상으로 연수·교육 등을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형태로 확대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사례에 대해 유권해석을 통해 “초음파 검사는 진단과 판독이 병행되면서 이뤄지기 때문에 방사선사가 단독으로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의사 지시에 의해 방사선사 단독으로 초음파 촬영이 이뤄지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역 시도의사회장에게 공문을 통해 '의사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서산사 등 비의사가 단독으로 초음파 촬영을 할 경우 의료법 제27조 위반으로 5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자격정지 3개월에 처해질 수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전·충남 영상의학과 개원의 연합회 최창락 회장은 “초음파 검사의 경우 검사와 동시에 판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의사없이 별도로 추후 판독을 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CT나 MRI처럼 영상안에 질병이 모두 담기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직접 보면서 판독을 병행하는 형태며, 방사선사가 의사없이 검사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의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의료기관은 “의료법상 의사지도하에 의료기사가 촬영하는 것이 가능하며, 과거 사례들도 다 무형의 처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법상 의사 입회의 근거도 없다. 의사 지도만 있고, 자격증과 소정의 교육을 받았다면 검사는 가능하다고 본다. 판독은 의사가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