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준 중부대 노인복지학과 교수 |
특히, 최근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기초연금 도입 등은 '한국적' 복지논쟁을 더욱 가속하기에 충분하다. 또 대상과 수준, 재원마련 방안 등에 대한 정치·사회적 고민은 복지사회를 열망하는 우리 시대의 당면한 과제다.
이같은 논쟁이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복지국가로 향하는 단계에 접어들어 있다는 표시일 것이다. 서구복지국가들은 이미 한 두세대 이전에 이런 논쟁의 과정을 거쳤다. 때문에 오늘날 더욱 성숙한 복지사회를 구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이들의 사례는 오늘날 한국의 복지체제를 구축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복지국가라 불리는 서구 나라들이 현재'국가복지적' 한계나 정체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 배경을 위시한 복지국가 위기론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서구 복지국가에서 심화되고 있는 국가적 한계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목받는 한 가지 사고에 대해 조망해보자. 주목하고 싶은 그 한 가지 사고란 바로 '자조'(自助·self help)다. 복지를 논하면서 자조에 대한 사고는 어쩌면 반대되는 개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복지란 정부의 공적원조를 통해 국민적 수혜를 목표로 제공됨을 의미한다. 즉, 상당히 '의존적인' 개념으로 복지가 이해된다. 반면에 자조에는 '스스로' 돕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구복지국가들에 자조의 의미는 단순히 상반된 논리로 인식되지 않는다.
실제로 자조에 대한 이들의 사고는 국가 차원에서의 공적 원조체계가 처할 수 있는 공백과 결함에 대해 적대시하거나 국가서비스 체계와의 상호대치나 완전한 대체를 요구하기 보다는, 문제의 상황을 기꺼이 비판하면서도 국민·사회적 측면에서 자구책이나 대안 모색을 꾀하도록 하는 매개의 기능을 발휘한다. 때문에 기존 서비스체계의 부담 완화와 보충으로 상호 유기적 보완관계를 형성한다.
그렇다면, 자조란 무엇인가를 짚어보자.
자조는 '스스로 돕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가능성 안에서 적극 수용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사자인 자신에 의한 문제해결과 함께 개별적 원조관계를 통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활동까지도 포함된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바로 이러한 개별적 자조의 예일 것이다. 또 공통적인 혹은 유사한 문제를 가진 당사자들이 사회적 집단화와 비공식적 원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자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조 모임'이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전 국가적 보장과 극복체계는 완벽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마저도 일부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거나 혹은 아예 체계 자체가 부재해 국민 생활의 질은 더욱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때 자조의 개념이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일례로, 자조 모임은 개인과 사회문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집단을 조직하고 상호원조 관계를 형성해 경험과 정서적 유대 등을 기반으로 궁극의 욕구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사회적 자조의 결사체다. 이를 통해 당사자들은 개인적으로는 긍정적 자기변화와 함께 대사회적 변혁을 촉구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과 효과성을 확인한다.
이같은 의미를 보편적으로 해석하면 자조와 그의 조직화는 당면한 국민적 문제나 욕구들을 스스로 직접 해결하도록 하면서 개인·사회적 역량 증진과 동시에 일정의 사회보장 측면을 보완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그 효과성에 주목하며 법정 의료보험사들로 하여금 자조 강화를 명목으로 관련 자조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도 직간접적 자조 기금 조성으로 지원에 임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책임과 결과를 한 편에만 떠넘기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
바로 국가의 복지적 책무와 시민사회의 올바른 자조적 인식이 상호작용해 복지국가 논쟁의 성숙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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