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화]'하류'와 청년실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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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하류'와 청년실업 사이

[중도시감]김의화 문화독자부 부장

  • 승인 2013-10-17 14:17
  • 신문게재 2013-10-18 17면
  • 김의화 문화독자부 부장김의화 문화독자부 부장
▲ 김의화 문화독자부 부장
▲ 김의화 문화독자부 부장
사진 속에는 한 '거지'가 외국인에게 쪽박을 내밀며 구걸을 하고 있다. 이 거지는 유창한 외국어와 적극성으로 '2012년 구걸왕에 등극'했다는 사진설명이 붙어있다.

항상 허리가 아프다며 하루종일 기둥에 기대있는 '구걸안하는 거지', 돈이든 먹는 것이든 쓰레기든, 심지어 회식비까지 벌어 들이는 '상거지'. 가장 웃긴 거지는 '뭐하는 거지(?)'로서 거지 1주차밖에 안 돼 아직 뭐하는 거지인줄 몰라 그냥 앉아만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민속촌이 페이스북에 올린 '거지 알바' 소개글과 관련 사진들이다. '거지'의 대우는 다른 아르바이트와 같지만 졸리면 아무 때나 어디서든 자고, 배고프면 아무 곳이나 가서 구걸하고, 날이 더우면 그늘에서 노래 부르는 등 '거지 맘대로'다. 구걸해서 생긴 수익은 전액 아르바이트생의 몫이고 관람객이 불쾌해 한들 '거지 컨셉'이라고 설명하면 된다. '한번 하면(채용) 짜르기(해고) 전까지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 마약 같은 알바'라는 민속촌의 설명에 누리꾼들은 '꿀알바'라며 열광했고 '거지 시켜달라'는 문의가 폭주해 민속촌은 '일단 올해 거지 채용은 끝났으니 내년을 기약해 달라'는 답변을 해야 했다.

직업이 배우인 29세 '구걸안하는 거지'를 제외한 나머지 거지들은 20~22세 대학생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만여명이 증가, 고용시장에 청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7%로 지난해 6.7%보다 1.0%포인트 늘었으며 9월 실업자는 72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만2000명(-4.2%) 줄어들긴 했으나 20~24세는 17.6%, 25~29세는 24.8%나 실업자가 늘었다. 50대와 60대 취업자의 증가가 고용시장 훈풍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것은 '쉬었다'는 인구가 149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늘어난 가운데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무려 15.5%(4만1000명)나 급증, 취업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구직단념자도 여전히 16만5000명이나 되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대졸자 10명 중 4명은 실업자이며 대학 졸업 후 3년이 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백수도 25만명에 달한다.

경기침체 속에 기업들이 임금부담은 크지 않고 당장 쓸 수 있는 인력인 50~60대 고령층을 채용하면서 20대 신입사원이 사라지는 취업시장의 변화를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반길 수 만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 몇 년씩 취업전선에 힘을 쏟다 보니 '에너지가 고갈된' 30대의 채용을 기업들이 꺼리는 바람에 아직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용돈까지 받아야 하는 '캥거루'족도 안타깝기는 매한가지다. 특히 이러한 고통 때문에 청년과 30대들이 '취업포기'라는 극단의 의욕상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더욱 걱정스럽다.

일본의 미우라 아츠시는 2005년도 책 <하류사회:새로운 계층집단의 출현>에서 '단순히 소득이 적다는 것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활능력, 일할 의욕, 배울 의욕 등 삶에 대한 의욕이 총체적으로 낮은 사람'을 '하류'라고 일컬었다. 이들은 주로 '프리터'(free와 arbeit의 합성어,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로 살며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들을 '정규직이 되기 싫어서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프리터'와 함께 배우지 않을 권리와 일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사는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일본 미래를 어둡게 한다며 큰 고민에 빠져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청년실업이 비자발적인데 반해 일본 청년들은 '학습', '노동'에서 탈출하려는 트렌드가 반영된 자발적 실업이라는 차이가 있다지만 누구나 '의욕'이 사라지면 구직활동도 포기하고 그냥 쉬어 버리게 된다. 경제적 문제이면서 의식의 문제인 '의욕'을 되살릴 방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는 청년실업과 방치되고 있는 노인들의 고독'이라며 '노인들은 보살핌과 말 상대가, 젊은이들은 일자리와 희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0년 만에 20대 자살률이 2배 이상 급증한 나라,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별 거지 같은 알바'라도, 청년들을 살릴 일자리와 희망은 어디에 있는지 한번 더 묻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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