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묵 한밭대 총장 |
그동안 대덕밸리는 각각의 자기 울타리 안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으로 그 역할을 다해 왔고 신기술 개발의 요람으로 오늘의 한국경제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창조경제를 위한 정부출연 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을 크게 다르게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대덕밸리의 정체성에 큰 위기가 왔으며,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샌디에이고의 바이오단지 그리고 독일 드레스덴의 자연발생적 창조생태도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대덕밸리는 새로운 창조경제를 리드하기 위한 창조문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게 되었다. 창조생태도시는 창조문화 환경이 조성되어야 가능하다. 선진국에서처럼 창조문화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대학과 연구소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중소 벤처기업들이 협력하여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대덕밸리가 창조생태도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R&D 인프라 외에도 기술사업화, 기술평가와 기술거래시장 조성 그리고 창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기술과 문화를 융합하는 독특한 창조문화를 갖추어야 한다.
지금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주체는 정부출연 연구소와 KAIST를 비롯한 5개의 특성화된 일부 대학으로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창조문화는 소규모 수월성 조직에 의해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대규모 집단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융합문화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정부정책에는 대덕밸리에서 지역대학의 역할과 프로그램이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많은 대학들이 대덕밸리에서 창출된 기술의 사업화, 창업활동 그리고 융합문화 확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가장 창조적 혁신주체인 대학의 다양한 문화가 대덕밸리의 전통적 가치와 융합되어야 한다. 때마침 대덕밸리를 중심으로 인근에 국가행정도시인 세종시 건설과, 오창-오송과학산업단지, 그리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기초과학연구원이 설립되어 많은 연구 인프라와 산업이 집적화 되어가고 있다. 대전·충청권에는 50여개의 대학이 모여 있다. 이들이 이 지역에서 기술사업화, 창업 등 각종 새로운 창조문화 조성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대덕밸리는 국내에서 매우 독특한 산·학·연·관의 창조생태문화를 만들어 갈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정부지원으로 대학과 연구원이 주관해 '대덕기술사업화포럼'이 대덕밸리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의 중소 벤처기업들과 대학, 연구소, 그리고 대전시를 포함한 지원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종래의 인습적인 포럼이 아니라 대덕밸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기술사업화를 통한 창조경제정책 구현에 앞장서고 대덕에 새로운 창조문화를 확산시키고자 설립되었다. 항상 새문화의 중심에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창조경제의 토양인 창조문화 인프라는 산·학·연·관의 네트워크, 창업 및 기술사업화를 위한 기반 구축, 미래인재양성 뿐만 아니라 혁신 클러스터 간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이 핵심이며 이는 오직 지역대학만이 잘 해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