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사로, 자녀 교수로… 지역사립대 친인척 근무 심각

사실상 대물림 족벌사학 여전

지역 4년제 사립대 설립자의 가족이 이사장, 총장, 이사와 같은 주요 직책을 맡고 있고, 자녀나 사위, 며느리 등은 해당 대학 교수로 대부분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대의 친인척 운영 구조는 사실상 확고한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어 족벌 사학의 구태가 여전하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15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발간한 '사립대 부정 비리 근절방안' 정책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법인 141곳(2013년 7월 기준) 가운데 설립자나 이사장, 이사와 친ㆍ인척 관계인 사람이 근무하는 곳은 64.5%인 91곳, 근무 인원은 296명으로 집계됐다.

4년제 사립대 법인 3곳 가운데 2곳은 설립자나 이사장 등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건양대와 대전대는 총장의 배우자가 이사회 이사로 각각 임명돼 부부모두가 학교일에 관여하고 있다. 또 이 대학들은 설립자의 자녀 또는 사위가 교수로 재직 중이어서 대학의 사유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양대는 설립자인 김희수 총장의 자녀가 각각 교무부총장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전대는 설립자의 아들인 임용철 총장이 부인과 함께 이사회를 장악한 것을 비롯해, 사위 2명이 교수로 임용됐고, 배재대는 황방남 이사장 며느리가 지난해 교수로 채용됐다. 중부대는 설립자 부인인 류시옥 박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고, 아들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을지대는 설립자의 아들인 박준영 박사가 줄곧 총장을 맡았으나 설립자 별세 이후인 지난 8월 사임한 상태. 설립자의 딸과 사위는 각각 범석학술장학재단 이사장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상당수 사립대에 설립자의 친·인척이 근무하는 것은 사립학교법에 규제 조항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각 이사 상호 간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등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4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총장은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총장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 정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교육부의 승인을 받으면 친·인척 배제조항을 빠져나갈 수 있다.

정 의원은 “사립대학들의 설립자들이 대학의 주요 자리를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유용한 도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교직원에 대한 친ㆍ인척 임용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등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