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문]농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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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농부의 마음

[교육단상]김동문 충남고 교장

  • 승인 2013-10-15 13:59
  • 신문게재 2013-10-16 16면
  • 김동문 충남고 교장김동문 충남고 교장
▲ 김동문 충남고 교장
▲ 김동문 충남고 교장
주말에는 대전의 도심을 벗어나 조치원 들녘을 지나게 된다. 추수가 가까워진 가을 들녘을 보면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사색에 젖는다. 분명 '농부의 마음'이 와 닿는 순간이기에 눈길을 돌릴 수 없음이다. 우리들이 바라보기에, 봄부터 자라기 시작한 벼는 단순하게 풀이 무성해지듯 쑥쑥 자라서 가을에 결실을 가져오는 자연의 순리 정도다.

하지만 농사짓는 이들에게는 한 해 동안 거의 하루도 일을 거른 적 없는 최대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다. 오곡의 황금색 들녘은 새카맣게 그을린 그들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를 머금케 하는 감개무량한 훈장인 것이다.

교사의 마음도 이와 같다. 3월이면 담임 또는 교과로 여러 학생들과 만난다. 그 누구도 한 해의 결실을 거두지 않으면 안 되는 소중한 학생들이다. 인성 면이든지, 학업 면이든지 많은 성과를 기대하고 정성을 들인다. 때로는 수업 중에, 때로는 상담으로, 혹은 칭찬이나 훈계로, 한 해 동안 활용하지 않는 방법은 없다 싶을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농부가 땀 흘린 만큼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기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듯이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정성을 들인 만큼 알찬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염원하는 심정으로 결실을 기대한다.

특히 한 해를 보내고 가장 많은 결실을 고대하는 고3 선생님들의 마음은 더욱 그렇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중요한 선택에 함께해야 한다.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미래를 설계하고 꿈과 끼를 살리며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내신과 수능성적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보다 좋은 수시를 위해 많은 상담을 하고, 때로는 진로 방향에 따라 논술도 가르치고, 동아리 활동도 하도록 한다. 이토록 학생들에게 각각 다른 농사법을 투입해야 한다. 정말 다양한 방법의 씨를 뿌려야 한다. 그러나 원하는 결실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겸허하게 기다리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쌓아온 교사들의 마음은 결실의 계절이 다가오면 당연히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당연한 진리 아래 한 해를 시작했지만 이 시기가 되면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한 해의 풍성한 결실을 기다린다.

논어의 입교 편에 춘약부경(春若耕)이면 추무소망(秋無所望)이라는 말이 있다.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노력의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결실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농부들은 풍성한 결실을 기대하기에 떳떳한 이들이다. 설령 천재지변의 뜻하지 않은 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지라도, 농부들은 최선을 다한 결실이기에 또 한 해를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해의 알찬 결실을 기대하기에 떳떳한 이들이다. 최선을 다한 이들이라면 당연한 기대다. 지금 이 순간 긴장으로 한 해의 결실을 기다리는 이가 있다면 분명 봄에 밭을 열심히 갈았기 때문에 가을에 거둘 일을 걱정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만약 봄에 밭을 일구지 않았다면 지금의 기대는 사치다. 따라서 결실을 기대하는 농부의 마음이 사치가 아니듯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기대도 사치가 아님을 믿는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 교육의 현장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대입 수능생들의 상기된 얼굴을 보게 된다. 수능 시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하지만 부담감을 떨치고 실전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적인 마무리 학습을 잘해야 한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치밀하게 마무리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들의 얼굴에 검게 그을린 진정한 농부의 뿌듯한 미소가 번지길 소망한다. 노력한 만큼을 기대하는 소박한 설렘이 최고의 성과가 되길 마음 속 깊이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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