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충식 논설실장 |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교과서 표현)로 서해 해안선 길이가 40% 줄어든 대신 땅을 얻는다는 것은 70%가 산지인 국토에서 보릿고개 탈출과 식량안보 기지로서 의미가 작지 않았다. 초기 한동안은 생산성 높은 습지 감소와 연계하기를 꺼렸었다. 해양 오염의 부메랑을 맞기 전까지는 갯벌이 바다의 탄소 저장고라는 '블루 카본' 개념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역간척이 세계적 추세인 것은 아니다.
손꼽을 만한 성공 사례조차 찾기 힘들다. 미국을 예로 들면 못쓰는 염전을 갯벌로 되돌리고 침식에 사라진 연안 갯벌을 부분 조성한 경우다. 알려진 것도 홍수에 대비해 소규모 보조용 둑을 허무는 수준이다. 국토 26%가 수면보다 낮고 국토 3분의 2가 간척지인 네덜란드는 하구를 틀어막는 우리의 간척과는 다르다. 해수 유통을 배려하는 방식을 쓴다. 오염 방지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역간척을 시도한 전남 진도에서도 해양 생태계 복원을 표방했다. 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돈 안 되는 벼농사를 제치고 사계절 체험 생태관광지로 꾸미는 농어촌 마케팅이었다. 이게 물거품이 되자 전국 15개 시·군 81곳의 갯벌 복원 희망도, 사업 효과 확신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 충남도내 간척지 291곳 가운데 홍성·보령 일대 홍보지구나 서산 A 간척지 등 만약 어느 한 곳만 제대로 실현돼도 역간척의 선구가 될 것이다.
어렵고 또 그만큼 희귀하다. 생태계 보전, 어장생산성 향상, 다른 무엇을 내세우건 손익계산서 산정은 쉽지 않다. 수치로 환원 가능한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보수 및 확장에 매년 평균 11억원을 쏟아 붓고도 쌀농사 수익 4억20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진도의 사례는 그래도 설득력이 있다. 홍보지구만 해도 4833억원의 거금을 들여 제대로 담수를 못하고 기껏 해안도로 구실이나 한다. 간척과 오염의 상관관계를 넘어선 인과관계가 뚜렷한 편이다. 심미적 가치가 부가될 관광자원 가능성도 구미를 당긴다. 이 모든 걸 감안해도 불가능과 가능의 셈법은 간단하지 않다. 환경적 영향, 사회·경제적 구조, 대체 용수원 확보 예산까지 켜켜이 복합적이다. 환경보호 논리 하나로 추동력을 얻기는 그래서 힘들다. 방조제를 헐어 바닷물이 들어오고도 복원에는 5~7년이 걸린다. 끈끈한 주민 동의도 관건이다. 주민 요청으로 시작됐으나 주민 반대 끝에 무산된 진도 소포리 간척지는 반면교사가 된다.
연구에 따르면 서해안을 포함해 국내 갯벌의 경제 가치는 연간 대략 10조원에서 16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본질상 역간척은 갯벌 1㎢당 연간 39억원의 부(富)를 안겨준다는 장밋빛 꿈보다 해안선 개발에 대한 진지한 반성에서 비롯돼야 옳을 것이다. 다음에는 복원 목적, 경제·기술적 타당성, 성공 가능성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캐나다와 미국의 동부 해안, 북해 연안, 아마존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반열에 드는 서해안을 다뤄야 문제풀이의 정석이다.
그 앞에는 크게 두 선택지가 놓여 있다. 인간과 연안습지의 강화된 공생을 실현할지, 그리고 수질 개선으로 생태계를 복원할지에 대해서다. 현실적 장벽을 무시한 단 한 가지의 패러다임은 우리를 경직된 사고로 인도한다. 갯벌은 소중하나 갯벌 가치가 유일한 핵심변수일 수 없다. 사업 전개 과정에서 불원간 '이명박 청계천'처럼 고난도의 광폭 행보로 비쳐지거나 본의 아니게 정치적 승부수로 뜰지 모를 개연성 또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논을 갯벌로 되돌리는 이 거대한 사업에는 다 희거나 다 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지방선거 공약화하면 더 격한 정치 이슈로 타오를 휘발성을 지녔다. 필요성이 있어도 불확실성이라고 하는 가설을 피해서는 안 된다. 하라 또는 하지 말라는 직설적 권고가 아니다. 넓은 시야와 장기 비전으로 현재 가치와 미래 타당성까지 깐깐히 따져볼 중대 사안이라는 뜻이다. 역간척 같은 역발상은 한쪽 단면이 아닌 양쪽 면을 보는 데서 시작됨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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