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프로스펙트 이론 관점에서 본 주택시장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재호]프로스펙트 이론 관점에서 본 주택시장

[경제칼럼]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 승인 2013-10-14 14:21
  • 신문게재 2013-10-15 17면
  •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
현 정부 들어서 4·1정상화 대책, 7·24후속대책, 8·28전월세대책 등 세번의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주택 유효수요를 창출해 주택매매를 활성화하는데 초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8·28전월세대책에서 전월세 공급확대와 전월세 부담완화 등의 서민주거복지를 포함하고 있지만, 취득세율 영구인하와 초저금리 1~2%의 모기지제도 도입으로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의 강력한 매매 활성화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수요가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이해를 행동경제학적 차원에서 살펴보자.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 교수는 '준합리적 경제이론'을 내세워 심리학과 다양한 실험방법을 통해 '행동경제학' 이론의 토대가 된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제기했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여겼다. 이익과 손실을 분석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계산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계획하지 않은 충동구매를 하게 되고 술과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이 행동에 옮기기까지는 주관적인 직감과 객관적인 분석의 2가지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프로스펙트 이론에서는 먼저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 어떤 대안의 가치와 확률에 주관성이 개입돼, 그 결과로서 선택되는 대안이 달라진다고 한다. 즉 의사결정과정에서 합리성에 근거하기 보다는 경험에 의한 직감이나 단순한 방법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편견이 나타나게 되고 일정한 틀에 넣은 프레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 주택보급률이 낮았을 때 아파트는 자산증식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프레임 편견에 의해 우리는 아직도 부동산은 큰돈을 벌게 해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변화에 대해 반응하다는 가정 하의 프로스펙트 이론은 3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준거점 의존성'으로 준거점이란 사람이 변화에 반응하기 위한 기준점을 의미한다. 가치는 준거점으로부터 변화로 측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곳의 다른 지역에 각각 3억원의 동일한 주택가격으로 구입한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 곳의 주택은 작년에 비해 2000만원이 오른 반면, 다른 한곳은 1000만원이 하락했다고 하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주택가격이 오른 집 주인은 행복하지만, 하락한 집주인은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민감도 체감성이다. 초기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작을 때는 그 가치 변동에 크게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익이나 손실의 가치가 커질수록 체감되는 가치의 민감도는 감소한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처음 500만원의 하락은 크게 느끼지만 추가적인 500만원의 하락의 민감도는 처음보다 덜 느끼게 된다는 것으로. 동일한 500만원의 하락에 대한 체감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세 번째 특성은 '손실회피성'이다.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같은 금액의 이익과 손실이 있다면 손실로 인한 불만족은 이익으로 인한 만족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이 1000만원 올랐을 때 기쁨보다는 1000만원 하락했을 때의 불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프로스펙트 이론처럼 우리는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고 일정한 기준점을 중심으로 이득과 손실을 평가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효용에 대한 체감도는 낮아진다. 또한 큰 이득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적은이익이라도 확실하게 실현하려는 경향이 있고 여러 번의 적은 손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주택가격 거품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아직도 기준점인 주택가격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주택수요자나 투자자들은 손실을 회피하고 싶은 것이다.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견되고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선뜻 주택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