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제 과정인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을 기점으로 국내 기업들이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나날이 강조되고 있다.
대전의 경우, 국내 지식재산권을 총괄하는 특허청과 특허분쟁을 담당하는 특허법원, 국내 최고의 R&D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대덕특구 출연연구기관, KAIST, 충남대, 벤처기업 등 우리나라의 주요 지재권 인프라가 밀집돼 있다. 이로인해 세계적인 특허의 메카로 대전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애플의 특허 매입 전략=글로벌 지식재산 전문기업인 WIPS가 자체 특허조사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미국 애플의 특허매입 전략을 분석한 결과, 애플은 지난 6월까지 총 2793건의 특허를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WIPS가 애플이 매입한 2793건의 특허를 미국분쟁 데이터와 매칭시켜 분쟁에서의 활용여부를 분석한 결과, 7건 은 애플과 HTC간 분쟁에, 1건은 애플과 모토로라간 분쟁에 각각 활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WIPS측은 “종결된 분쟁 결과를 토대로 분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매입 특허가 협상이나 소송에 있어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애플의 경우 분쟁에 있어서 상대 기업을 압박하는데 매입 특허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2010년3월 HTC가 자사의 유저인터페이스, 전원관리, 잠금해제 등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특허 10건을 침해했다고 델라웨어 법원 및 미국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제시한 특허는 탤리전트와 오브젝트 테크 라이선싱으로부터 매입한 특허이다. 애플의 공격적인 공세로, 2012년 11월 양사는 약2년 9개월 동안 이어온 분쟁을 모두 종료하고 향후 10년간 유효한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라이선스료는 연간 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애플은 모토로라가 제기한 분쟁에서도 자사가 매입한 특허를 활용했다. 2010년 10월, 모토로라는 애플을 상대로 자사의 통신, 안테나, 무선이메일, 근접센서, 앱관리, 위치기반 서비스 등을 침해했다며 미국 ITC, 일리노이, 플로리다 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모토로라와 애플간의 분쟁은 미국, 독일 등에서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즉, 애플은 타 기업에 대한 방어적 차원에서 우수한 특허를 매입하거나, 자사의 강점 기술영역에 대해 좀 더 확고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원천특허를 사들인 셈이다.
▲갈길 먼 창조경제의 핵심 화두' 지재권'=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소송가액은 천문학적인 액수인 수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법원에서 소송에 승소해도 평균 배상금은 5000만원으로 특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로스웰 피그의 김주미 변호사는 현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손해배상액이 큰 반면, 한국 특허소송의 평균 손해배상액은 5000만원가량”이라며 “법원이 민법상 손해배상과 관련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 관행이어서 특허의 잠재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특허출원만 내고 심사 청구에는 무관심을 보이는 국내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한 지재권 전문가 의견이다.
또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특허법원 판사의 재임 기간은 부장 판사 2년, 평판사 3년인 가운데 실제로 부장판사 1년6개월, 평판사는 2년6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법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현재 박삼봉 특허법원장은 대전고등법원장까지 겸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순회 항소 특허법원(CAFC) 판사의 경우, 종신제로 전문성을 중시하고 있다.
특허 관련 전문 한 변호사는 “미국 CAFC나 ITC 지재권 담당 판사들은 종신제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한국 특허법원은 2~3년마다 순환보직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며 “결국 이는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판결로 이어지기 쉽고 소신 있는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특허 심결취소소송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 특허침해소송은 각 지역 일반 민사법원으로 관할이 이원화돼 법원의 전문성 축적 및 절차적 효율성 제고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허청은 심사 기간 단축과 심사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지만 정부의 방침과 엇갈리면서 5급 심사관 증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심사 처리 기간이 특허와 실용신안은 15개월, 상표와 디자인은 평균 8.8개월에 각각 소요된다. 이와 관련, 특허청은 2017년까지 특허는 10개월, 상표와 디자인은 각각 3개월과 5개월로 단축하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문제는 심사관 증원이다. 최근 특허청은 내부 규정으로 심사 부서에 근무하는 6~7급 주무관 중 심사관 교육을 이수한 직원을 심사에 투입하는 예비 심사관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
지재권관련 한 전문가는 “특허 생산능력은 최상위권이지만 관련 제도는 후진국 수준”이라며 “지재권의 세계적인 확대 추세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 화두에 힘입어 국내 지재권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끝>
배문숙 기자 moons@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