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위염이나 알코올성 지방간, 간경화 등을 일으킨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급성 췌장염의 큰 원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급성 췌장염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질병이며, 방치할 경우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급성 췌장염이라는 질환에 대해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용석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 김용석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급성 췌장염을 유발하는 여러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담석에 의한 췌장염이다. 췌장에서 소장으로 소화 효소를 운반하는 췌관은 간과 담낭에서 나온 총담관과 합쳐지는데, 췌관이 장으로 들어가는 곳에 담석이 생겨 막히면, 효소들은 흘러나가지 못하고 췌장 내로 역류하여 염증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다른 췌장염의 대표원인은 과음이다. 물론 술을 마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췌장염에 걸리지 않지만,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을 대사시키기 위해 췌장에서 과도하게 많은 췌장액이 분비되고, 이것이 십이지장으로 충분히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하면서 췌장세포에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술의 대사산물 자체가 췌장을 손상시켜 급성 및 만성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고지혈증이나 약물, 외상, 유전적 이상 등이 원인일 수 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복통이 급성 췌장염의 주증상이다. 통증은 가볍고 참을 수 있을 정도부터 심하고 꼼짝 못할 정도의 불편감까지 다양하다. 윗배와 배꼽 주위의 복통으로 동통은 등쪽이나 가슴, 아랫배쪽으로 뻗어가는데 다른 병에 의한 통증과는 달라서 가만히 누워 있으면 더 심해지고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통증이 덜해진다. 구역질, 구토 복부팽만감, 미열, 빈맥, 저혈압 등의 증세도 있고 심하면 쇼크에 빠지기도 한다. 심한 췌장 괴사가 있으면 배꼽 주위나 옆구리에 피멍이 든 것처럼 붉고 푸르스름한 피부변색이 나타나기도 하고 상복부에서 딱딱한 덩어리처럼 부은 췌장이 만져질 수도 있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이학적 검사, 특정 검사들로 진단할 수 있다. 혈액검사로는 2가지 췌장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와 백혈구, 알부빈 등의 수치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췌장이 부어있거나 복부에 물이 고여있는 지, 담석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CT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췌장액 분비 감소가 치료의 주안점=급성췌장염의 치료는 증상에 따른 요법이 주로 행해지는데 이것은 췌장액의 분비를 감소시키는데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통증에 대해서는 진통제를 놓고, 정상적인 혈액량을 유지하기 위해 수액을 충분히 보충해 주고, 금식을 시키고 튜브를 위 내에 삽입하여 위액을 계속 흡입해 내어줌으로써 췌장을 편안히 쉬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증세가 좀 가라앉으면 음료수 등을 통해 수분을 공급하도록 하고 식사요법을 신중히 시작한다. 증세가 가벼운 경우에는 약 1주 전후로 증상이 사라지면서 검사치도 정상적으로 돌아오지만, 환자의 10~20%는 급성신부전, 쇼크, 호흡부전, 패혈증 등의 심한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사망률이 30%가량 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담석에 의한 급성 췌장염일 경우 내시경을 집어넣어 담도와 췌관에 있는 담석을 제거하는 시술(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ERCP)을 받아야 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술자리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술자리가 잦아지면 급성췌장염의 발병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급성췌장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쉽게 회복이 가능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췌장이 손상되어 호르몬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김용석 교수는 “과음 뒤 나타나는 복통이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껴지거나 몇 달 이상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면 췌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평소에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음주 후에 등이나 옆구리에 통증이 생기거나, 오심과 구토가 자주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췌장의 건강을 지키려면…
-술은 적당히 마신다(1~2잔만)
-과식하지 않는다.
-가족중 췌장염 환자가 있을 땐 절대 금연한다.
-중성지방이 높으면 췌장염 발생 가능성이 크니 수치를 적극적으로 낮춘다.
-60세 이후에 당뇨병이 생겼을 때에는 췌장 정말검진을 받는다.
-만성 췌장염 환자는 기름진 음식을 멀리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