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관서 받은 용역비 사적으로 사용한 출연연 연구원 국가사업 참여제한 안돼”

법원, 연구재단 청구소송 기각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용역을 수행한 외부기관으로부터 받은 연구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건 '유용'(流用)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이승훈)는 (재)한국연구재단이 대덕특구 A 출연연 책임연구원이던 B씨를 상대로 낸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B씨는 2005년 미국 게이츠재단 등의 후원을 받은 미국국립보건원으로부터 용역을 의뢰받고, 2008년까지 용역수행에 따른 A 출연연 소속 전·현직 연구원 3명의 인건비 등의 대가로 모두 2억6100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B씨는 용역을 의뢰받은 사실을 A 출연연에 보고하지 않았고, 용역수행을 위해 A 연구원의 연구장비와 연구인력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B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이에 연구재단 측은 B씨가 용역비로 받은 2억6100여만원 중 630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착복, 유용했다며 국가연구개발사업관리규정에 따라 2010년 3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대상자로 지정, 이를 B씨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B씨는 미보건원 용역수행에 따른 인건비 등의 연구비는 정부출연사업이나 정부출연금과 무관한 것으로, 유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B씨 측은 “정부출연사업 내지 정부출연금이 지원된 연구비를 유용한 사실은 없다”며 “특히, 유용을 전제로 한 처분임에도, 과정에서 의견 진술 기회도 부여하지 않는 등 하자가 중대해 당연무효”라고 강조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감사원 조사와 수사기관 수사결과, B씨가 유용했다는 금원은 정부출연사업의 연구비 중 일부가 아니라 게이츠재단 출연사업과 관련한 용역의 대가”라며 “연구비 유용을 전제로 이뤄진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에게 구체적으로 처분사유를 제시하거나 불복의 방법 등에 관한 안내조차 없어 부당하다고 보이는 반면, 당연무효로 보더라도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업무의 원활한 운영에 지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