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운 음악칼럼니스트 |
대전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음악 축제는 대체로 대전시와 중앙 정부, 그리고 기업의 지원으로 이뤄질 때 가능하다. 그 규모나 예산을 개인이나 특정 단체가 부담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축제의 성격은 국가나 시의 문화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대전시 산하의 예술단이나 대전문화재단,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같은 기관장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지역의 특성에 따라 음악 축제의 성향 역시 다르게 진행되는 듯하다. 가령, 중구와 동구 지역에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문화정책의 하나로 호락호락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서구에서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문화재단 주최의 4대 페스티벌과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 등이 열린다. 두 지역 간의 페스티벌이나 공연의 성격은 대중성과 예술성, 즉 친숙함과 낯설음으로 양분된다. 그러니까, 원도심에서 진행되는 음악회나 축제의 성격은 통기타, 락, 재즈, 퓨전국악음악과 같은 대중적인 공연이 중심이라면 서구 지역에서는 클래식 음악 공연과 같은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듯하다.
아무리 지역 간의 특성을 고려한 문화정책이라 해도 대단위의 축제나 공연이 서구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문화 차별이 낳게 한다. 사실 이러한 지역 간의 문화 불균형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단순한 논리로 생각해보면, 축제나 공연을 지역에 균등하게 분배해서 개최하면 되겠지만,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의 문제나 주차 시설의 부제와 같은 환경적인 제한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변명에 힘을 실어 줄 수밖에 없다.
지역 간의 문화 불균형의 간극을 좁히는 방안은 없을까? 필자는 지난여름 대전 대흥동 문화의 거리 일대에서 개최된 “대전재즈 페스티벌”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대전재즈 페스티벌이 성공적인 축제였다고 평가하기엔 보완점이 많았지만, 3일간 음악 감상실·카페·소극장·우리들 공원을 연계한 무대는 신선했다. 다시 말해서, 중구에 밀집된 소극장과 같은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면 '실내악'이나 '관악·현악 앙상블'과 같은 소규모 클래식 공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한쪽으로 치우쳤던 축제나 음악회가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흥동 일대에 잘 조성된 젊은이의 문화를 더욱 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의 소극장을 활용한 문화 정책이 필요하다. 가령, 문화재단은 소극장과 일 년에 10회든 20회든 일정한 임대 계약을 체결해서, 신생 음악 단체나 지역의 음악대학 학생들에게 음악가로 자립할 수 있게 무상으로 제공하면 어떨까? 물론 대전문화재단에선 신생 연주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은 최소 3년이라는 활동 경력이 있는 팀으로 제한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신생 연주단체가 3년을 지속해서 활동하기란 여건상 쉽지가 않다. 그러니까 3년 동안 활동한 팀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만들어 3년을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정책을 소극장을 활용해서 실현해보자는 것이다. 이 정책이 잘 실현된다면 자연스럽게 원도심에 다양한 젊은 음악가의 문화가 형성되고 그들이 만든 참신한 공연과 축제를 보기 위해 관객 역시 그곳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시도가 지역 간의 문화 불균형을 다소 해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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