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 병원관리학과 교수 |
지방에서는 경영악화로 문 닫는 중소병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국 1690여 개 병원들 중에서 문 닫는 병원은 연간 8%에 육박하고 있다. 500병상 미만의 중소규모 병원들의 연간 부도율은 15%에 이른다. 부도율로만 본다면 제조업체보다 스무 배나 더 높다. 이들 중소병원 경영자들은 1차 병원과 3차 병원 사이에 끼어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있으며, 잘못된 제도 때문에 손써볼 기회조차 없다고 하소연한다.
악화일로의 시장여건 속에서도 병원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각종 병원의 경영자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의지처럼 성과가 달성되지는 못하고 있다. 조직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리더는 안팎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병원 경영자들이 이 두 가지 조건을 잘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쇠퇴하는 병원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우선 비즈니스 모델이 빈약하고, 안으로는 구성원들로부터 밖으로는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빈약한 비즈니스 모델은 경영자의 경영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이고, 안팎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리더십 부족 때문이다. 오늘날 병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환경의 위협은 기본적으로 의약분업, 경쟁심화, 적대적 사회 환경 조성 등 외부적 요인들로부터 구성원들의 낮은 충성심 등 내부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잡하다. 많은 병원들이 경영자의 역량부족으로 작금의 위기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연구자는 병원 경영자의 능력 부족이 경영난의 60%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장 환경이나 고객의 욕구는 변화무쌍한데 비하여 병원 경영자들의 의식은 과거 폐쇄적, 권위주의적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병원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병원 경영자들의 마케팅 마인드 부족 때문이다. 병원업계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마케팅은 판매가 아니다. 소비자들과의 진정어린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올바른 소통을 통해 시장과 신뢰를 쌓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그러나 많은 병원들이 소비자들의 능동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셈이다. 병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의 틈새를 병원에 가지 않아도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각종 미디어 프로그램, 출판, 대체의학, 건강보조식품들이 파고들면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영역이 커질수록 병원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병원 경영자들은 조직 내부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주로 의사들 편에 서서 일처리를 함으로써 다른 직종의 전문가들을 소외시키기 일쑤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높은 임금에 비해 다른 직종의 낮은 임금은 내부통합에 중요한 걸림돌이다. 불공평한 보상갈등은 조직의 쇠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수지만 이것이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전략은 진성 리더십의 발휘밖에 없다. 진성 리더십의 본질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먼저 알고 이해하면서 구성원들과 개방적으로 소통하고 더 높은 가치관을 추구하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병원 경영자들이 진성 리더십을 발휘할 때 수익도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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