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출석도 성적도 없는 학교… '행복한 삶' 가르친다

[대안학교]출석도 성적도 없는 학교… '행복한 삶' 가르친다

철저한 자유주의 교육 '세계 3대 명문' 아이들에게 수업출석 자율권 부여 학교내 모든 정책 학생 스스로 결정 전체회의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 배워

  • 승인 2013-10-09 13:53
  • 신문게재 2013-10-10 11면
  • 배문숙 기자배문숙 기자
[대전교육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다] 8. 세계최초 대안학교 영국 서머힐

많은 졸업생들이 한결같이 학창 시절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하는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졸업생 가운데 사회적으로 성공한 학생 수가 많아야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남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아는 학생이 교육을 가장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학교의 이름은 세계 최초 대안학교인 서머힐 스쿨(Summerhill School)이다. 서머힐 스쿨 현지 취재를 통해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영국 동남부 서퍽주 레스턴에 위치한 서머힐 스쿨 전경
▲ 영국 동남부 서퍽주 레스턴에 위치한 서머힐 스쿨 전경
▲세계 최초 대안학교, 서머힐=영국 동남부 서퍽주 레스턴에 위치한 서머힐 스쿨은 진보적인 교육자 알렉산더 니일(Neil Alexander Suther land)이 1921년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학교'를 내세우면서 설립한 세계 최초 대안학교다.

니일은 교육의 무의식의 의식화라는 정신 분석학 이론과 방법에 따라 진보주의적인 교육을 실시, 어린이들의 자유의사를 최대한으로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자유야말로 교육을 통한 인류 구제의 최선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머힐은 5~16세 아동들이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곳은 철저한 자유주의 교육으로 유명하다. 개인의 자율의지를 최대한 존중하기 때문에 시간표가 있어도 강제규정이 없다.

설립 이후 '학생들에게 맞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강조, 현재 세계 3대 명문 대안학교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서머힐은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만 골라 듣게 하는 등 학생의 자율권을 가장 우선시하다보니 아이들이 수업을 빼먹기 일쑤고 실외에서 알몸 목욕을 즐기는 등 지나친 행동이 도마에 오르면서 교육 당국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 서머힐 스쿨 교실 내부
▲ 서머힐 스쿨 교실 내부
이로 인해 영국 교육기준청(OFSTED)은 1999년 서머힐 감사 보고서를 발표해 교육부는 서머힐 특유의 교육철학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며 사립학교 등록이 취소되는 등의 폐교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당시 전 세계에서 참석한 150여 명의 교육자들은 서머 힐 학교를 지지하며, 영국 교육부 장관에게 서머 힐의 존속을 허가해 줄 것을 촉구, 폐교의 위기를 극복했다.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의 나라에서 온 7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명의 한국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일본의 키노쿠니 학교는 서머 힐을 모델로 세워졌다.

▲ 서머힐 스쿨 교실 내부
▲ 서머힐 스쿨 교실 내부
▲서머힐에서 말하는 자유란=서머힐 창립자인 니일은 “아이들은 부모나 교육자가 원하는 삶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교육철학 아래 모든 학생들에게 수업출석에 자율권을 보장한다.

서머힐스쿨은 다른 친구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학년도 없고, 시간표도 없고, 성적표도 없는 학교다. 출석확인도 없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머힐학교의 교장으로 부임한 리드헤드씨는 “수업출석에 자유권을 보장하지만 개교 이래로 수업을 듣지 않고 졸업했던 학생은 없었다”며 “아이들은 자유와 방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머힐에서 강조하는 '자유'는 헌법에 기초한 '자유'”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유만 인정할 뿐, 수업시간이나 다른 활동시간에 타 학생에게 피해를 줄 경우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부연설명했다.

또 그는 “요즘 가정에서 지나치게 아이들 중심으로 모든 것을 맞추다보니 아이들이 허용할 수 있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를 모르고 있다”며 “아이들이 좋아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고 타인의 자유와 권리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도 서머힐의 교육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린 학생 각자에 맞는 학업적 특성에 따라 발전할 수 있다는 자유를 준다”며 “사회적·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허락하고 있다”고 했다.

음악수업의 경우, 대부분 1대1 수업으로 진행하고 각 학생의 능력과 개성에 맞게 수업 내용을 다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서머힐 출신 가운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동화작가, 음악가, 영화감독 등이 나오고 있다.

▲함께 더불어 사는 민주주의를 배운다=서머힐 스쿨의 모든 정책은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스스로 결정한다. 학생 투표를 통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울 수도,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서머힐에서 강조하는 진정한 교육은 '함께 더불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주 2회 전체회의를 개최하는 게 전통이다. 이 시간에는 원하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학생들조차 꼭 참석한다. 회의는 교장, 교직원, 교사, 학생이 모두 참석하여 학교생활에 필요한 규칙들을 논의한다. 안건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는데 한 표의 효력은 교장과 학생이 동일하다.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방식임을 학생들은 배운다.

▲ 리드헤드 교장
▲ 리드헤드 교장
리드헤드 교장은 “정규학교 학생들은 거의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실제 책임을 지지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며 “그러나 이곳 학생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에 따른 책임을 배운다는 점에서 차별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자신에 맞게 규칙을 만들고 문제에 대해서 서로 동의할 해결책을 협상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방종으로 흐를 수 있지 않냐는 우려도 많지만 91년 역사 속에서 한번도 자유를 함부로 행사한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며 “어린 학생일지라도 자신의 미래와 건강을 위해 아주 실용적이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서머힐 학교=배문숙 기자 moons@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