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졸업생들이 한결같이 학창 시절을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하는 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졸업생 가운데 사회적으로 성공한 학생 수가 많아야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남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아는 학생이 교육을 가장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학교의 이름은 세계 최초 대안학교인 서머힐 스쿨(Summerhill School)이다. 서머힐 스쿨 현지 취재를 통해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가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영국 동남부 서퍽주 레스턴에 위치한 서머힐 스쿨 전경 |
니일은 교육의 무의식의 의식화라는 정신 분석학 이론과 방법에 따라 진보주의적인 교육을 실시, 어린이들의 자유의사를 최대한으로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자유야말로 교육을 통한 인류 구제의 최선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머힐은 5~16세 아동들이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곳은 철저한 자유주의 교육으로 유명하다. 개인의 자율의지를 최대한 존중하기 때문에 시간표가 있어도 강제규정이 없다.
설립 이후 '학생들에게 맞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교육철학을 강조, 현재 세계 3대 명문 대안학교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서머힐은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만 골라 듣게 하는 등 학생의 자율권을 가장 우선시하다보니 아이들이 수업을 빼먹기 일쑤고 실외에서 알몸 목욕을 즐기는 등 지나친 행동이 도마에 오르면서 교육 당국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 서머힐 스쿨 교실 내부 |
하지만 당시 전 세계에서 참석한 150여 명의 교육자들은 서머 힐 학교를 지지하며, 영국 교육부 장관에게 서머 힐의 존속을 허가해 줄 것을 촉구, 폐교의 위기를 극복했다.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의 나라에서 온 7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5명의 한국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일본의 키노쿠니 학교는 서머 힐을 모델로 세워졌다.
▲ 서머힐 스쿨 교실 내부 |
서머힐스쿨은 다른 친구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학년도 없고, 시간표도 없고, 성적표도 없는 학교다. 출석확인도 없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머힐학교의 교장으로 부임한 리드헤드씨는 “수업출석에 자유권을 보장하지만 개교 이래로 수업을 듣지 않고 졸업했던 학생은 없었다”며 “아이들은 자유와 방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머힐에서 강조하는 '자유'는 헌법에 기초한 '자유'”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유만 인정할 뿐, 수업시간이나 다른 활동시간에 타 학생에게 피해를 줄 경우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부연설명했다.
또 그는 “요즘 가정에서 지나치게 아이들 중심으로 모든 것을 맞추다보니 아이들이 허용할 수 있는 행위와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를 모르고 있다”며 “아이들이 좋아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고 타인의 자유와 권리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도 서머힐의 교육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린 학생 각자에 맞는 학업적 특성에 따라 발전할 수 있다는 자유를 준다”며 “사회적·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을 가능한 한 많이 허락하고 있다”고 했다.
음악수업의 경우, 대부분 1대1 수업으로 진행하고 각 학생의 능력과 개성에 맞게 수업 내용을 다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서머힐 출신 가운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동화작가, 음악가, 영화감독 등이 나오고 있다.
▲함께 더불어 사는 민주주의를 배운다=서머힐 스쿨의 모든 정책은 학생들이 투표를 통해 스스로 결정한다. 학생 투표를 통해 학교에서 담배를 피울 수도,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서머힐에서 강조하는 진정한 교육은 '함께 더불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주 2회 전체회의를 개최하는 게 전통이다. 이 시간에는 원하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 학생들조차 꼭 참석한다. 회의는 교장, 교직원, 교사, 학생이 모두 참석하여 학교생활에 필요한 규칙들을 논의한다. 안건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는데 한 표의 효력은 교장과 학생이 동일하다.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 방식임을 학생들은 배운다.
▲ 리드헤드 교장 |
그는 “일각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방종으로 흐를 수 있지 않냐는 우려도 많지만 91년 역사 속에서 한번도 자유를 함부로 행사한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며 “어린 학생일지라도 자신의 미래와 건강을 위해 아주 실용적이고 책임있는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서머힐 학교=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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