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旬)은 살 포(勹) 안에 날 일(日)을 넣은 글자이다. 포(勹)는 물건을 싼 모양으로 일(日)을 한 바퀴 싸고돈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십간(十干)에 따라 갑(甲)에서 계(癸)이르는 열흘을 뜻한다.
중국 송나라 때 도연명이라는 뛰어난 시인이 있었다. 그는 잠시 현령이라는 관직에 있었으나 그 유명한 ‘다섯 말의 쌀 때문에 부패한 관리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낙향을 했다. 이후 그는 수많은 시작품을 남겼다.
그가 남긴 의고시에는 “동방에 한 선비가 있으니, 옷차림이 항상 남루하였고, 한 달에 아홉 끼가 고작이요(三旬九食) 십년이 지나도록 관직 하나로 지내더라. 고생이 이에 비할 바가 없건만 늘 밝은 얼굴로 있더라. 내 그분을 보고자 이른 아침에 갔더니, 푸른 소나무는 길옆에 울창하고, 흰 구름은 처마 끝에 잠들었더라.” 하는 시 구절이 있다.
이 시의 삼순구식은 한 달에 아홉 끼를 먹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때부터 삼순구식은 “집이 몹시 가난하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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