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한글 파괴에 앞장선다는 지적 역시 한글날이면 단골로 나오는 지적이다. 한글문화연대는 정부부처 등의 보도자료 1건에 평균 2.88건씩 국어기본법을 위반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국립국어원 진단으로는 보도자료 587건 중 만점을 받은 문건은 단 12건이었다. 맞춤법도 법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중에 없는 결과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범에 안 맞는 공문서를 썼다면 위법 또는 불법행위인 셈이다. 또 공문서의 98%가 오류와 외래어투성이라면 공공기관이 한글 파괴에 앞장서는 꼴이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 등의 보도자료나 공문서는 시범성이 있다.
지역민의 언어생활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글 아니면 무조건 밀어 내치는 국수주의적 태도는 피해야 하지만 어려운 한자어, 불필요한 외래어는 쉽게 고쳐 써야 한다. 법을 거슬러도 규제와 처벌이 따르지 않는다고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행정기관 스스로 일본어 찌꺼기나 어문 규정에 어긋난 표현을 맞게 바룬다고 한 지 여러 해째다. 하지만 번번이 한글날용의 보도자료에 그치고 있다.
최근 지역대에서 국문학과가 없어지거나 합쳐져 사라진 것은 이와 연관지어 볼 때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순수 인문학이 취업 논리에 밀린 당연한 대세처럼 바라볼 일이 아니다. 이런 발상이 곧 한글 경시 풍조로도 이어진다.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기는커녕 틀려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하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서울시 의회와 일부 자치구에서 발의한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안을 내놓기 바란다. 올바른 공문서 작성과 언어생활도 공직자의 소통 및 업무수행 능력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부산시의 경우는 5년마다 시장이 국어발전기본계획을 세우게 하는 조례를 만든다 한다. 지자체에 국어책임관을 두고 주요 정책사업의 명칭을 정할 때 협의를 거치는 방법도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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