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편집부국장 |
(#장면 2) 지난 2011년 11월 23일 국회 정론관. 충청향우회중앙회 곽정현 총재와 회원들이 충청권 국회의원 선거구 증설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과 여야 각당 대표에게 제19대 총선 이전에 선거구 재조정이 실현되도록 간곡히 청원했다. 이날 회원들은 충청권이 인구수에 비해 국회의원 정수가 너무 적어 투표의 등가성과 참정권의 심각한 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선거구 증설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충청인의 바람을 외면했다.
그 뒤 시간이 흘러 지난 5월 말 건국 이래 처음으로 충청권 인구 수가 호남을 추월하더니 지난 9월 말엔 충청권 유권자 수가 호남권 유권자 수를 추월했다.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맞물려 선거구 조정문제가 재차 불거져 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인구 수에 비해 불합리한 지역간 국회의원 정수의 수정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재 충청권 국회의원 수(세종 1, 대전 6, 충남 10, 충북 8)는 25명. 호남권의 30명(광주 8·전남 11·전북 11)보다 5명이나 적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수치다.
특히 대전시는 광주시보다 인구가 많음에도 국회의원은 2석이나 적다. 국비 확보 등 국회의원 한 명의 역할을 꼼꼼이 따져보면 대전지역 입장에선 지역역량의 축소가 불가피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를 지역주민들이 모르는 바 아니다. 이미 대전시민들은 지난 2011년 표의 등가성에 비춰 인구대비 의석수가 광주시보다 열세인 것에 대해 억울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그래서 언론과 시민들을 주축으로 선거구 증설 필요성이 제기돼 활발한 논의가 펼쳐졌지만 성과없이 끝났다. 이 시점에서 다시 충청권 선거구 증설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시의성이 있다. 이번만은 꼭 이뤄내자는 지역민들의 열망도 뜨겁다. 그런만큼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 부족했는 지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충청권 선거구 증설논의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일부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불이 다시 지펴졌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힘있다는 친박계 의원과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한 여당정치인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하다. 야당도 호응하고 있어 기대가 높다. 다만 그들 중 일부는 지난 2010년 지역민들의 선거구 증설 열망이 분출됐을 때 어디에 있었고 뭘하고 있었는 지 묻고 싶다. 과거의 실패 원인 중 하나는 선거구 증설문제와 직접관련된 지역 정치인과 단체장들의 의지 결핍이었다. 선거구 증설 필요성의 원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실상 여러 핑계를 대며 회피했다. 여론에 떠밀려 민관정협의체까지 구성했지만 내용없이 끝났다. 영호남이 대전과 똑같은 처지였다면 결과가 같았을 지 생각해 본다. 아마도 아니올시다일꺼다. 대전의 정치역량과 시민역량에 한계를 드러내 부끄럽기 그지 없다.
대의를 따라주는 지역풍토가 아쉽다. 지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압박이 있어야 가능하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과 단체장들이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시민들이 압박을 가해야 한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과 단체장들에게 행정구역 개편과 맞물린 선거구 증설문제는 표따먹기 아니면 표내놓기 게임으로 비춰져선 안된다. 선거구 증설문제는 지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간절하면 이뤄진다는 격언이 있다. 그런면에서 지역민들은 그동안 간절함이 모자랐다. 불합리한 선거구 획정문제는 역사바로잡기 만큼이나 중요하다. 바로 잡는 데 지역역량을 결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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