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케팅]성금으로 지어진 존 스타인벡 센터… 주민들의 자부심

[지역마케팅]성금으로 지어진 존 스타인벡 센터… 주민들의 자부심

1980년대 원도심 공동화 해결 차원 존 스타인벡 문학축제와 투어 연계 시작부터 운영까지 시민자발성 기초… 센터 뒷벽엔 봉사자들 이름도 새겨

  • 승인 2013-10-08 14:24
  • 신문게재 2013-10-09 11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지역 마케팅 이젠 '인물'이 대세] 3. 미국 살리나스, 조그만 시골마을을 존 스타인벡의 고장으로 만들기까지(上)

▲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 전경
▲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 전경
미국의 대표적인 샐러드 그릇(America's Salads Bowl)으로 불리는 인구 15만명의 작은 도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살리나스(Salinas).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신선한 채소가 생산되는 전형적인 농업도시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살리나스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찰리와 함께한 여행'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문호 존 스타인벡이다.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존 스타인벡은 살리나스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고, 영화 '에덴의 동쪽'에서는 살리나스가 배경도시이기도 하다.

살리나스도 존 스타인벡의 도시로 이름을 떨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존 스타인벡은 과거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분노의 포도를 비롯한 상당수의 작품들이 포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렸고, 작품에서 그려진 포도 농장주와 사실적으로 묘사된 부분에 대해 지역의 토호들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타인벡이 문학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작가로 알려지면서 살리나스 주민들 역시 스타인벡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그에 대한 학습을 시작하게 된다. 인구 15만명의 작은도시에서 지역 주민들의 1달러, 2달러의 작은 관심으로 만들어진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와 스타인벡 생가 복원, 축제 등은 놀랍기만하다.

▲ 존 스타인벡 센터 입구에 있는 성금함
▲ 존 스타인벡 센터 입구에 있는 성금함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 어떻게 만들어졌나=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가 만들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당시 살리나스의 상황은 지역 경제가 발전하면서 살리나스시 남쪽과 북쪽에 큰 쇼핑센터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쇼핑센터로 향하게 되고 시 중심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다. 소위 말하는 '원도심 공동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 지역민들은 경제적으로 다시 부흥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당시 살리나스에서는 존 스타인벡을 기념하기 위해 1980년부터 매년 5월4일 문학축제를 개최해왔다. 이 문학축제는 그의 작품과 삶에 대한 강의, 투어, 연극과 스타인벡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화 상영, 책박람회 등이 이뤄진다. 이러한 문학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만큼 주민들은 이와 관련된 투어리즘을 시작하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축제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었고, 사람들이 연중 살리나스를 찾을 수 있도록 연중행사를 기획한 것이 바로 국립센터다.

▲ 각종 생활용품부터 책, 영화, DVD까지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 숍
▲ 각종 생활용품부터 책, 영화, DVD까지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 숍
▲시민들이 만들어낸 커뮤니티 센터=존 스타인벡 국립센터는 1998년 문을 열었다. 국립센터가 만들어진 것은 정부 출연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상당수의 문학관과 박물관들이 지자체나 국비로 지어지는 것과는 상반된 대목이다.

살리나스 시가 방관만 한 것은 아니다. 공사에 드는 돈을 채권을 발행해 주민들에게 빌려줬고, 1960년대 이후로 존 스타인벡 관련 작품들을 수집해왔고, 수집품들을 센터 아카이브에 기증했다.

센터 뒤편 벽에는 센터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 기부자들의 이름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센터는 시작부터 운영까지 시민들의 자발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운영되고 있다.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는 살리나스시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시민들의 다양한 회의와 커뮤니티 모임들이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설계 당시부터 설계를 담당한 회사가 자급자족 시스템을 고려해서 만들었고, 운영진의 월급을 조달하기 위해 커뮤니티센터를 만들어 대관을 한다. 각종 이벤트 행사는 물론 결혼식까지 열린다.

지금도 센터 입구에는 시민들의 기부금을 모으는 성금함이 있고, 많은 기부금이 모아지고 있다.

이곳 국립센터는 기념관이자 박물관이기도 하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문학을 직접 체험하고 귀로 들을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꾸며놨다. 스타인벡의 어린시절 지냈던 방과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는가 하면, 그의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면을 세트장으로 꾸며놓고 직접 만져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영화 속의 장면, 의상, 소품까지 그대로 옮겨놨다. 성우들이 소설을 읽고 있는 장면을 비디오로 감상할수도 있다.

눈길을 끄는 곳은 스타인벡의 작품들을 배경으로 한 기념품 숍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각종 생활용품과 그의 작품, 책, 영화 DVD까지 한 자리에 존 스타인벡의 모든 것을 모아놨다.

존 스타인벡 국립센터 컨설턴트인 캐롤 로블레스(Carol Robles·역사학자)는 “센터는 살리나스의 심장같은 곳이며 지역사회의 청소년들, 주민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며 “공적자금의 지원없이 민간의 힘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민의 자부심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존 스타인벡은?

고된 노동자들 삶에 관심
'분노의 포도'로 퓰리처상

존 스타인벡<사진>은 1902년 살리나스에서 출생했다. 그의 형제는 3녀1남이다. 딸 셋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지만, 스타인벡은 스탠퍼드대학 재학시절 문학에 심취해 졸업을 하지 못했다. 스타인벡은 고된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인디언과 멕시코 이주민들, 중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된다. 그런 역사적 배경은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다.

그는 '분노의 포도'로 단숨에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됐고, 퓰리처상도 수상했다. 이후에는 '에덴의 동쪽'을 비롯한 '생쥐와 인간' 등 수많은 유수작을 남겼다. 스타인벡이 문학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일선 학교에서도 그의 책을 읽게 됐지만 대중적으로 그가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70년대 우표에 스타인벡의 얼굴이 들어가면서부터다. 특히 일본에서 매우 유명해져서 스타인벡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작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 대학에선 180여명의 교수가 스타인벡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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