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욱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오성철강 회장 |
동양그룹은 60년 이상된 국내 주요 대기업으로서 자산규모 재계38위의 큰 회사였다. 시멘트, 건설, 금융, 전기제품, 레저, 발전사업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닌 기업이었으나 결국 무리한 사업확장과 자신의 능력 범위를 넘는 방만경영이 사회적인 큰 화(禍)를 불러일으켰다. IMF 때 한보와 대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웅진그룹, STX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다. 현재도 30년이 넘는 주요 대기업 중 일부 기업의 유동성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장기간의 불황이 대기업마저 흔들리게 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장기불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건설산업에 연관되어 있는 기업을 운영하는 필자도 2008년 이후 계속되는 건설사들의 구조조정과 불경기로 인해 위험해진 사업환경을 매일 매일 느끼며 살고 있다. 1~2년째 관급공사 수주 한번 못한 지역 건설회사가 부지기수이고, 폐업이나 부도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자금이 어려워 돈이 돌지 않는 모습은 이제 만연화 되었고, 사옥이나 소유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해야만 하는 건설관련 기업들이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건설관련 산업의 어려움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비가 오면 우산을 펴라'라는 기본 경영방침을 지키려 해도 강한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리는 상황이 많아서 어떻게든 비를 맞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시장 내에서 덤핑판매를 하거나 과거의 매출액 등에 연연하여 무리한 매출을 하려는 기업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고 이러한 기업들 때문에 시장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치닫게 된다. 저수익 구조는 더욱 심화되고 리스크는 점점 더 커지기 때문에 시장은 곪아간다. 그 상황이 몇 년 지속되다 보면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자연스레 되고 위험상황은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불황일수록 '매출'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기 보다는 산업 전반의 리스크를 직시하고 과감히 줄일 줄 알아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은 자동차 속도를 줄여야 안전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리스크가 발생하고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그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불황기의 위험은 내부의 안일한 생각과 시장상황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인지부족에서 시작된다. '거래기업이 상장기업이니까 괜찮겠지', '재계 50위 안에 드는 기업이니까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부터 위험은 시작된다.
거래기업이 부실화되어 위험이 발생하면 그 원인과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일련의 과정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찾으면 된다. 일을 그르친 후에야 잘못을 깨닫는 경우는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비일비재하다. 이는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후회할 일도 아니다. 부끄러워 할 것은 일을 그르치고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실패를 맛본후 더욱 발전하고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그 깨달음과 반성을 마음 깊이 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아직도 필자의 책상에는 20~30년된 부도 어음 수십장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회사에 어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그걸 한두번씩 꺼내어 물끄러미 바라보면 사소한 욕심이 사라지고 평정심을 찾게 된다.
그러나, 불경기라고 마냥 소극적이고 수비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 '불경기는 지나가는 것뿐이야' 라는 마음가짐으로 평소에 부진했던 부분에 더욱 신경쓰고 매진할 필요가 있다. 직원교육이나 시스템 개선, 분위기 쇄신을 위한 노력, 새로운 시장을 위한 투자준비 등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경기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며, 시장은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다가올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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