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산학협력단 연구장면 |
▲무분별한 특허, 부실한 관리=지난해 국내 3대 연구중심 대학 휴면특허율이 65.6~9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유성)의원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KAIST와 GIST, DGIST 등 국내 3대 연구중심 대학들의 휴먼 특허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KAIST는 지난 6월 말 현재 402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641건, 65.6%가 휴먼특허다. 포기 특허도 매년 200건에 달했다.GIST는 총 830건 가운데 775건, 93.3%가 휴먼 특허였다. DGIST는 총 특허 4023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95건 95.8%가 휴먼특허였다. 사업화율은 KAIST가 13.6%, GIST가 6.6%, DGIST가 4.5%였다. 또 정부출연연도 무분별한 특허 등록과 부실한 관리로 최근 3년 반 동안 350억원 넘게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의원(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 직할연구기관 및 산하출연연구기관으로부터 제출 받은 '특허등록 및 포기현황'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출연연 28곳이 총 2만842건의 특허를 등록, 이 가운데 9092건은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를 감안할 경우, 같은 기간 특허등록 비용으로 총 397억원을 썼지만 등록을 포기하면서 171억원을 날린 셈이다.
특히 5년을 경과한 휴면특허 비율도 연간 32.5%. 휴면특허는 등록포기에 이르기 전 단계로 이런 유지비용으로 3년 반 동안 181억원을 지출해 연간 45억원씩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법률 한 전문가는 “대학이나 일부 연구기관에선 특허 등록건수가 연구실적이나 인사고과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며 “이런 점을 감안, 특허 관리의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지주회사 설립, 내실보다는 정부 보여주기식 수단 전락=이명박 정부시절 교육과학기술부는 '2015년까지 기술지주회사 50개, 자회사 550개, 매출액 3조3000억원, 일자리 창출 1만여개 달성'이라는 수치를 내세우고 있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개발한 기술을 모아 사업화를 지원하는 곳이다.
대전지역 대학 가운데 한남대가 지난해 '대학 산학협력단 보유기술 사업화 지원' 사업에 선정, 국고 1억 5000만원을 지원받아 올해 설립을 앞두고 있다. 한밭대도 같은 사업에 선정, 올 해안으로 설립을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말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 추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 대학기술지주회사 규제관련 시행령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 대학들이 재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대학기술지주회사의 기술현물출자 의무한도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췄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부나 대학 모두 수치에만 매달려 '속빈강정'식 대학기술지주회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특허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대학입장에서는 교과부에 제시했던 계획서대로 계획서를 제출하면 정부지원금을 타낼 수 있으니 질보다는 형식에 맞춘 껍데기 자회사를 양산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출연연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ETRI홀딩스를 제외하고 기술지주회사가 전무한 가운데 출연연 기술의 사업화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대덕특구 출연연을 중심으로 17개 출연연이 지난 7월 총 자본금 530억원 규모인 공동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 올해 53억원을 출자해 설립해 2014년 262억원, 2015년 215억원을 추가로 출자할 방침이다.
기관별로는 원자력연구원이 가장 많은 80억원을, KIST 54억원, 생산기술연구원 53억원 등 기관별 예산 규모 비율에 따라 출자금을 낼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를 의식한 실적내기용 행사라는 반응이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공동 기술지주회사 설립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며 “출연연이라는 공동분모를 가지고 정부에서 무조건 실적을 내기위해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 주도형보다는 자체적인 특허 생태계 조성 절실=영국 옥스퍼드대는 1988년 대학에서 나오는 특허출원, 기술이전, 스핀아웃(연구 성과를 가지고 회사 설립), 컨설팅 등을 전담하는 회사인 '아이시스 이노베이션(Isis Innovation)'을 설립했다.
아이시스 이노베이션은 옥스퍼드대를 구성하고 있는 38개 대학의 연구성과물에 대한 기술의 상업화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촉진 등을 전담하고 있다.
직원 77명 가운데 이공계 박사 37명과 MBA 18명을 비롯한 대부분 산업계 근무경험이 있는 전문컨설턴트들로 구성돼 ISI만의 차별화된 전문가그룹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의 세계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ISI는 지난 10년동안 해마다 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이시스 기술이전 그룹은 옥스퍼드대의 연구성과로 나온 지식재산권을 사업화하기 위한 특허출원, 기술이전, 스핀아웃 회사설립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특허출원 100건과 기술이전 거래 700여건을 성사시켰다.
미국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 정부 지원금을 타기 위한 기술지주회사가 아니라 대학 연구실의 성과가 사업화되기 위해 설립돼 운영 중 이다.
글로벌 지식재산 전문기업인 윕스(WIPS) 미국 워싱턴 대표는 “미국 대학은 각 연구실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제조업들과 파트너십으로 특허출원하는 기회를 갖기 때문에 활발하다”며 “정부가 대학특허의 사업화를 위해 지원하거나 정책을 만들기 보다는 자연적으로 대학 특허의 사업화가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대학내에서는 해당 전문가 부재와 자금력 부족으로 대학기술지주회사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대부분 대학기술지주회사 인력풀은 전문가 영입보다는 교내 교수들로 자체 충당하고 있다. 올해 대학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앞둔 한남대와 한밭대도 산학협력단장이 CEO를 겸직하는 형식으로 출범할 계획이다.
특허청 한 관계자는 “대학교수들이 특허출원, 기술이전, 스핀아웃 등 기술사업화 관련 전문가가 드물다”며 “교수들에게는 대학기술지주회사 대표가 단지 하나의 보직일 뿐으로 각종 전략을 만들어내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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