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림 대전·충남재향군인회 회장 |
혹자는 6자회담의 재개를 노리는 우회전술이 아닐까 추측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북한 지도부가 핵 카드가 이미 효용을 상실한 지 오래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심한 얘기일 것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수많은 무고한 인민이 굶어 죽는 비참한 현실을 무시한 채 오히려 원조탈취 수단 또는 인민의 저항을 원천봉쇄하는 통치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놀이공원과 스키장 건설에 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김정은이 사리분별력이 있는 지도자인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래 3차 핵실험, 전쟁 일보 전 벼랑 끝 전술 구사, 남한과의 모든 정치, 군사합의 전면철폐,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서해 해상경계선 일방선언 등 일련의 강경 일변도 무리수를 통해 북한이 얻은 것은 오로지 대북제재와 원조중단과 범죄 집단적 오명뿐이었다. 김정은 정권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면서 3대 후계체제가 아직은 안정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강경 위주의 무리수가 언제고 자신을 속박하는 족쇄가 되는 사실조차 미처 깨닫지 못하는 정치적 미숙을 스스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왜 김정은 정권이 계속해서 이러한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분석의 키(key)는 주체사상에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주체사상이 북한 수령독재체제의 통치철학이자 국가운영 원리인 점에서 남북 간의 대화, 협상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철칙이기 때문이다. 남조선 적화통일은 북한정권 불변의 혁명목표이자 정권의 존재 사유이다.
남한정부는 결코 화해, 협력의 대상이 아니다. 남북한 간 일체의 대화와 협상은 촌치의 타협도 용인되지 않는 수령 독재체제의 철벽성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 협상에 응하는 사실 자체가 양보의 시작일 뿐이다.
북한당국은 '남조선 배제정책'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미국과, 돈은 한국으로부터”라는 도식을 철저히 지킨다. '민족공조' '우리 민족끼리' 등은 남한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정지선전적 용어일 뿐이다.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이 '볼모적 성격'을 띠게 됨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사업조차 어떤 형태로든 북측에 돈을 건네주게 돼 있다.
북측은 주한미군철수와 원조탈취라는 2대 현안을 해결하고자 자신의 정치일정과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할 뿐이다. 우리가 유화의 극단인 햇볕정책을 추구할 때도 북한당국은 우리의 대북 퍼 주기 식 지원을 핵무기 개발과 군사력 증강으로 전용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남남갈등을 통한 원조탈취와 한미일간을 통한 주한미군 철수 등 철두철미 대남 공작 차원에서 햇볕정책을 역 이용한 사실이 남북한 간의 대화, 협상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남북 간 대화와 협상에 대비해서 우리가 어떠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김정은 정권의 안정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관망하는 신중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응징하되 원칙과 호혜를 바탕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의연하게,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공존을 실현하는 길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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