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도로명 주소는 준비할 시간이 꼭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고 지난해 전면 시행이 내년으로 연기되고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도로명 주소를 손보는 등 시행착오를 거칠 만큼 거치고도 자리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니 생활의 편의 도모나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새 주소 시행 목적에 대한 이해나 공감은 약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실제로 이용하려 해도 통용이 안 되는 현실이 가장 문제였다. 새 주소를 쓰려 해도 지번 주소를 다시 묻고 정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존 택배 시스템과 도로명 주소 체계의 불일치에 따른 불편 호소 등 부담감도 적지 않다. 물류비 절감과 같은 사회경제적 편익 증대, 소방·치안·재난 등에 신속 대응한다는 당초 취지가 충분히 전달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주소 체계 변화를 바라보는 공공과 민간의 온도차가 크다. 주소 시스템 전환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공법관계 기관보다 민간 전환은 더욱 느리다. 공공기관의 이해 수준마저 그리 높지 않다. 투자비용 때문이 아닌 정말 필요해서 시행한다고 인식하는 지역민이 적다는 것 또한 문제점이다.
전면 사용 시점과 자신의 집주소를 얼마나 아느냐가 절대적인 전제는 아니다. 일상생활의 번거로운 주소 변경을 한꺼번에 해주는 작업도 시급하다. 도로명과 도로 구간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없이 길을 찾아다닐지 걱정이 앞선다. 석 달 안 남았지만 도로명 주소 전면 사용에 대해 다시 자가진단을 하고 분석해볼 때다.
먼 나라 얘기 같은 지금 추세로는 법정 주소 시행과 지번 주소 사용 습관 충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큰 혼란은 없을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새 주소 정착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이 시점에 심각히 고민할 일은 몇 달 후 전면 시행하면 과연 사회적으로 혼란이 없을지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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