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 |
이번 재추진 결정을 교훈삼아, 앞으로 공군은 아래의 네 가지 사항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군이 F-X와 같은 전력획득 시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논리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다양한 시기와 상황에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이상적인 전투기 조합들을 검토하고, 또 예상되는 위협에 상응하여 적절한 보유 수량이 얼마인지 산출해내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노후화된 전투기(F-4, F-5 등)의 대체전력으로 F-X 전투기 몇 대가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력운영의 핵심은 전투기 수치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F-X, F-15K는 KF-16보다 보다 더 넓은 공역을 책임질 수 있고, 더 빈번한 비행이 가능하다. 물론 전투기 숫자 감소는 공군이 수행해야 할 전투옵션(option)을 분명히 축소시킨다. 그러나 축소된 수준에서도 중요 임무수행에 필요한 비행대대의 숫자, 그리고 그것에 필요한 적정 전투기 수량을 산출하는 노력은 지속해야만 하는 것이다.
둘째, 통합전투의 관점에서 전투기 수량을 산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투기 수량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플랫폼에 탑재하는 무기의 종류, 또 그 플랫폼들을 공중급유기 및 수송기와 함께 원하는 곳까지 위치시킬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및 첨단 정찰기를 이용한 공중통제능력이다. 이는 전투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데 필수적이다. 이런 전력체계들과 신·구전투기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례로 F-X 60여대가 해낼 수 있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 보고, 현재 F-4, F-5 전투기들의 잔여수명을 고려할 때, 현재 전력과 현재 전투를 위해 필요로 하는 수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산출해 보는 것을 들 수 있다.
셋째, 전투기 수명 측정을 위한 조직신설이 필요하다. 이는 F-X 전투기 구매 대수가 예산 사정으로 축소될 경우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또 F-X 획득예산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논리개발에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 공군처럼 '항공기수명위원회'(Fleet Viability Boards)와 같은 조직을 신설, 노후 전투기들의 '피로도'(fatigue)를 검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또 그것들의 급격한 감축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노후 전투기를 조기퇴역시킴으로써 절감되는 성능개량 비용으로 F-X 전투기 도입에 활용하겠다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넷째, 미래에 한국 공군이 필요로 하게 될 능력이 무엇인지, 또 제6세대 전투기가 필요로 하는 전술항공 능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F-X가 최신형 전투기라는 것은 일정기간 동안에만 유효하다. 언젠가는 구형 전투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전투기 영역에서 다음 단계는 무엇일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일례로 4.5~5세대 전투기 F-X의 경우, 직도입하는데만 10여년 이상이 걸리고 있다. 이보다 나은 성능의 전투기를 전력에 적용시키는데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네 가지 사항에 대해 공군 스스로 고민해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F-X와 같은 전력획득시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하고, 또 관련 예산증액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공군 자체적으로도 신·구 전투기 전력운영 전략을 모색하고, 그것을 비용-효과적으로 집행해 나가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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