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홍성에 거주하는 박 모(39)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휴대폰 구매를 위해 가까운 매장에 간 박씨는 주소를 물어보는 직원에게 새 주소로 대답했다가 기분만 상한 것. 매장 직원이 새 주소에서는 쓰지 않는 아파트 이름까지 물어 왔기 때문. 박씨는 할 수 없이 지번주소로 다시 작성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박 씨는 “휴대폰 매장에서 당연히 새 주소로 알려주면 알겠거니 했는데, 지번주소로 알려달라고 해 황당했다”면서 “새 주소를 사용하려고 해도 사회적으로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2=금산에 거주하는 김 모(35ㆍ여)씨는 얼마 전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했다가 택배기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물건 배달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표기했는데, 택배기사는 도로명주소로는 집을 찾을 수 없다며 항변했기 때문. 주소 문제로 택배기사와 말싸움을 한 김씨는 지번주소를 알려주고서야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시ㆍ군의 경우 새 주소에 '리'가 표기되지 않아 한개의 면에 수십 개의 '리'가 있어 택배기사나 우편집배원이 찾아오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서 “내년부터 도로명주소를 전면시행된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되는 가운데 사회적 인식 부족과 주소체계의 문제점 노출로 시행초기 혼란이 예상된다.
충남지역의 경우 도민들 대부분이 도로명주소 시행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10명 중 6명은 자신의 집 주소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보다 세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6일 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주소표기법이 기존 지번주소에서 새 주소인 도로명주소로 바뀐다. 당초에는 지난해부터 전면시행 하려했으나, 준비 부족 등으로 내년으로 전면시행 시기가 연기됐고 현재는 지번과 도로명주소를 병행표기 하고 있다.
문제는 전면시행이 100여 일 밖에 남지 않았으나, 관심 부족 등으로 새 주소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주민들이 많지 않다는데 있다.
도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93.6%가 도로명주소 시행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집 도로명주소를 안다고 응답한 사람은 39.2%에 불과했다. 또 도로명주소는 알고 있으나 외우지 못하는 경우는 33.8%, 어렴풋이 기억난다 등은 27%로 집계됐다. 도로명주소에 대한 실제 사용경험은 응답자의 40.3%가 있다고 답해 지난해(11.3%)보다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도로명주소 사용 확대 및 인식률 제고를 위해 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남도는 그동안 도로명주소 주요 추진사업으로 ▲도로명주소 안내시설사업 ▲도로명주소 일제고지ㆍ고시 ▲도로명주소 전환추진 ▲도로명주소 홍보 등을 실시해 왔다.
도 관계자는 “올해 도로명주소기본도의 정밀도 향상을 통해 공공기관 및 주민 등에 정확한 자료제공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고 국가기본도로서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재래시장, 기차역 캠페인 등 홍보활동을 중점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포=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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