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재단 중학생 이름빌려, 입학 경쟁률 높인 자사고

대전 A고 시스템 악용 편법… 1·2심 법원 모두 벌금형 선고

대전에는 모두 3곳의 자율형사립고교가 있다. 2년전 자사고 입학률이 예상보다 높지 않자, 한 고교에서 소위, '머리'를 굴렸다. 2012학년도 고교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원서접수 시스템의 허점과 동의 없이 같은 재단 소속의 중학교 3학년생들을 이용한 것이다.

신입생 원서접수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접수 후 입학지원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 탈락돼 다른 학교 지원에 지장이 없는 점을 악용했다. 2011년 11월 당시 고교 교감 A(53)씨는 해당 중학교 3학년 부장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고교 지원 학생 인원이 모자라니 중학교 학생 몇 명이 지원하는 것으로 접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3학년 부장교사는 이 얘기를 같은 3학년 교사 2명에게 전달했고, 이들은 입학원서 접수사이트에 접속해 6명의 학생 이름으로 입학지원서를 냈다.

물론, 해당 학생들은 자신이 자사고에 지원한 줄 몰랐다. 법률용어로 사전자기록을 위작하고 이를 행사했으며, 중학생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개인정보를 제3자인 입학원서 접수사이트에 제공해 이를 교사한 혐의다.

당시 중학교 교장이던 B(62)씨도 A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교무실에서 3학년 교사들에게 “고교 지원자가 미달이라고 한다. 도와 달라. 서류를 내지 않으면 자동 탈락되고 데이터가 삭제된다”고 말했다.

1심을 맡았던 대전지법 형사10단독 전아람 판사는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사들이 입학 경쟁률을 거짓으로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약식명령의 벌금액(각 300만원)이 적절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AㆍB씨는 벌금 300만원이 과하다며 항소장을 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권희)는 사전자기록등위작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들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권희 부장판사는 “범행이 피고인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학교의 명예를 위한 것으로 보이고, 오랫동안 교육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한 점 등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윤희진 기자 heej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