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식]역사교과서 논쟁 속 역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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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식]역사교과서 논쟁 속 역사 전쟁

[시론]신명식 대전시민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13-10-02 14:46
  • 신문게재 2013-10-03 17면
  • 신명식 대전시민아카데미 대표신명식 대전시민아카데미 대표
▲ 신명식 대전시민아카데미 대표
▲ 신명식 대전시민아카데미 대표
지금 한국사회는 역사문제로 뜨겁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역사학계의 학술 논쟁으로부터 비롯되는 역사논쟁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역사교과서 논쟁이다. 역사 논쟁과 역사교과서 논쟁이 다른 점은 역사 논쟁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과 평가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역사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영역과 주제가 분명한 논쟁이라면, 역사교과서 논쟁은 역사 기술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수용과 채택 여부, 활용의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성격의 논쟁이다. 더구나 역사교과서는 교육을 통해 특정한 역사적 이해와 역사관을 갖는 세대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알려진 대로 이번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는 근대 이후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기존의 보편적 인식과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교과서는 우선 일제강점기를 호의적·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이론적 근거는 일제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인식과 서술의 연장으로 이승만-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결국, 일제지배와 친일, 독재조차도 식민지 근대화와 건국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큰 흐름으로 긍정돼야 하고, 찬양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군 위안부문제까지도 일본 극우 교과서의 서술과 닮아가는 양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교과서가 이러한 점을 외면하거나 다르게 기술되었다는 점에서 좌편향 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의 이러한 역사인식과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는 일련의 행위는 좌편향된 역사인식과 역사서술 속에서의 역사바로세우기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서울의 광화문에 동상이 줄지어 세 개로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두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공방을 벌이고 상대측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공주대 역사교육과 동문들이 이 교과서의 집필자인 공주대 이명희 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여, “이 교수가 있을 곳은 대학 강단이 아니라 '세속 정치의 한 귀퉁이'”라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이 교수는 이제 공주대학교를 떠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논쟁이 역사적 논쟁의 성격을 벗어나 사회적 논쟁의 성격을 띠게 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 속에서 이 논쟁을 촉발한 집단의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타당하지 않은 주장들을 쏟아내는 이유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의 옳고 그름에 있지 않다. 불리하면 철회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때에는 몇몇 학자와 교과서 집필자 몇 명이 바보가 되거나 매도되면 그만이다. 그들의 책임으로.

그래도 이러한 주장으로 형성된 진영은 남아 있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내 편을 바탕으로 진짜 일을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그 일은 사회적 행위가 될 수도 있고, 정치적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더욱 더 종합적이고, 파괴적이고 철저한 이데올로기 전선으로의 재편과 진입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좌파이론가 그람시의 '진지론'과 '헤게모니론'을 누구보다 충실히 이해하고 시행하는 한국 최고의 전사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옛말에 '도둑놈은 시끄러운 장 속이 좋다'는 말이 있다. 장이 서고 시끄러워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곳곳에서 출세만을 생각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붐비고 부딪쳐야 훔칠 공간이 생기고 사람들이 우왕좌왕 모여 있어야 시끄럽게 호객을 할 수가 있고, 사람들이 제 잘난 맛에 혹해야 야바위꾼은 살아가는 것이다. 이 모두가 장이 서야한다.

그러나 그 장은 결코 자유민주주의의 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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