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스쿨, '한번에 한 아이씩' 개인특성 살려

뉴욕 메트스쿨, '한번에 한 아이씩' 개인특성 살려

1996년 개교 첫졸업생 전원 대학합격 돌풍 정규과목도 없고 성적 매기는 방식도 지양 담임교사 1명이 14명의 학생 4년간 가르쳐 현장학습·직업인터뷰 등 관심사 찾기 중점

  • 승인 2013-10-02 14:14
  • 신문게재 2013-10-03 11면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대전교육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꿈꾸다]7. 대안학교 성공모델 뉴욕 '메트스쿨'

뉴욕 맨해튼 일원에 있는 메트스쿨은 같은 뉴욕에 있는 '시티애즈스쿨'이 확대 발전된 대안 학교라 평가받고 있다.

“아이도 교사도 가고 싶어 하는 학교 만들기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메트스쿨은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글로벌 리더들이 주목하면서 대안학교의 성공 모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학교는 1번에 한 아이씩 가르치기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고정된 교과목에 얽매이지 않고 뉴욕 시내 곳곳의 현장(커뮤니티)에 뛰어들어 경험하는 학습이 이루어지는 게 특징이다.

▲ 메트스쿨 소개책자
▲ 메트스쿨 소개책자
▲'학교를 넘어선 학교' 이야기=메트스쿨은 '대도시 지역 기술직업센터(The Metropolitan Regional Technical and Career Cen ter)'라는 긴 이름을 가진 학교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교들과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메트스쿨 학생들은 14명이 하나의 그룹이 되는 학급 개념의 '어드바이저리(advisory)'에 소속돼 공부를 한다. 졸업할 때까지 어드바이저라 불리는 담임 교사의 지도를 통해 일관성 있는 교육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학급 규모가 작은 것은 메트스쿨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14명의 학생과 교사 1명. 교사는 학생 개개인에 대해 잘 알게 되며,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적합한 서로 다른 학습 방식을 적용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에도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교사인 동시에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트스쿨의 교육철학은 '한 번에 한 아이씩'이다. 흔히 말하는 '눈높이 교육', '맞춤 교육'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방식은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출발선은 같지만,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1996년에 문을 열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역사지만 메트스쿨은 '명문고'로 급부상했다. 첫 졸업생부터 '전원 대학 합격'이라는 돌풍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메트스쿨이 대학 입시를 위한 '특목고'는 아니지만, 이런 성과를 통해 새로운 교육 방식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충분히 입증한 것이다. 메트스쿨은 정해진 교과가 없다. 대신에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바탕을 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턴십 학습(LTI, Learning through Internship)이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학교 밖 현실세계에서 자극을 받아 학문적인 능력이나 개인적인 기술을 익히도록 이끈다.

이런 학습 성과에 대한 평가도 남다르다.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인 인턴십 멘토로 이루어진 학습계획팀과 그 밖의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열어 무엇을 학습하고 소화해냈는지 발표해 그들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관심'와 '흥미'를 바탕으로 시작하지만 학습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일정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상급 학년 진급과 졸업을 할 수 없다.

메트스쿨이 최종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학생들을 평생 동안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열망으로 끊임없이 탐구하는 '평생 학습자'로 기르는 것이다.

획일화된 잣대로 학생들을 평가해 줄 세우고 탐구욕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는 여느 학교와는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다.

▲ 뉴욕 메트스쿨의 브랜치스쿨인 레베카 학교 전경.
▲ 뉴욕 메트스쿨의 브랜치스쿨인 레베카 학교 전경.
▲학생이 관심 있는 것을 가르친다=메트스쿨은 작은 교실로 이루어진 작은 학교를 여럿이 만드는 것이다. 본보가 찾은 뉴욕 맨해튼 40 에비뉴 30번가에 있는 레베카 스쿨도 이런 개념이었다.

작은 학교의 1차 목표는 학생 모두를 세세하게 파악하는 데 있다. 내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늘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의 안정감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14명이 하나의 그룹이 되는 '어드바이저리'에 속하게 된다. '어드바이저'라 불리는 담임교사가 고교 4년 내내 학생들과 함께하며 그룹 전체의 학습을 지도한다.

어드바이저리는 오전에 1시간, 오후에 30분 동안 전체가 함께 모인다. 어드바이저는 상황에 따라 학생의 친한 친구, 코치, 상담사,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메트스쿨은 배움은 즐거움을 주고 삶을 고양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다른 학교에서는 높은 학점을 따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지만 메트스쿨의 최종 목표는 '평생 학습자'를 기르는 것이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부터 배우도록 하자는 점이 이 학교의 운영 방침이다.

메트스쿨은 학생이 자기 관심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현장 학습 ▲ 아침 모임에 손님 초대해 대화 나누기 ▲직업 인터뷰하기 등을 하고 있다. ▲과거의 인생 여정 지도 그리기 ▲미래의 인생 여정 지도 그리기 ▲폐품 수집 ▲자신의 기술 목록 작성 ▲가족사 적어보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턴십은 보통 가을에 시작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하며 5~6개월 가량 한다. 인턴십은 '학문적'인 것과 '직업적'인 것을 병행한다. 이 학교의 인턴십은 특정 직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능력을 익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메트스쿨 교육 방법의 핵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관심 분야를 계속 추구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획일적 평가는 하지 않는다=이 학교는 의사 소통 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어드바이저리 토론-찬반 논쟁, 소크라테스식 문답 세미나, 난상 토론 등을 자유롭게 진행한다.

학생의 관심에 따라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그러면서 학습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연구한다.

메트스쿨에는 정규 과목 같은 것이 없다. 관심 분야에 대한 프로젝트가 메트스쿨이 추구하는 영역의 경계를 정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학습 목표를 갖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학생 자신과 어드바이저, 인턴십 멘토, 학부모 그리고 필요한 경우 특별교육 관계자까지 포함하는 학습계획팀을 갖고 있다. 이 학교는 등급으로 성적을 매기는 평가 방식을 지양한다.

이런 방식은 성과, 결과, 원인, 과정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에 따른 패배감이 모든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메트스쿨은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 지적을 해주고 경쟁 대상은 다른 학생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따라서 시간 관리, 동기 부여, 스스로 방향 설정하기, 인내심 기르기, 진지한 목표의식 갖기 등 스스로의 학습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메트스쿨의 성공요인=이 학교는 임무수행을 엄격하게 요구하되 자유로운 수행 방식을 허용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책임자는 완벽한 프로그램 모델을 따르겠다는 환상을 품지 않으려 노력한다. 사회와 학생들의 변화하는 요구에 발맞추고,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에서 교훈을 얻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참신하고 훌륭한 방법을 배워나간다.

교사 역할이 중요한 만큼 열정적인 사람을 뽑는다. 채용 조건으로 용감하고 대담하며, 스스로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학생 개개인의 학습을 위해 열정과 끈기를 소유한 사람을 내세우고 있다.

학교 분위기도 다르다. 모든 교직원이 좋은 의견을 계속해서 내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메트스쿨 교직원들은 수시로 계획안을 수정하고 있다. 전혀 유용하지도 않은데 보편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하는 진부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일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학교 개혁의 철학을 명확히 밝히고, 그 목표에 몰두해 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일이 중요시 한다.

학사 운영도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정신으로 하고 있다. 민주적 운영을 위해서 교장은 모든 교직원에 대해 평가서를 쓰고, 교직원들은 교장에 대해 평가서를 쓴다.

메트스쿨은 학생, 교사, 교장이 한 몸이 돼 획일적 교육보다는 학생과 교사 개개인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교육 방식을 택하며 미국 학교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있다.

미국 뉴욕=오주영 기자


●브랜치 스쿨 '레베카 학교'

자폐학생 대상… 소통·대화로 사회성 키워줘
인근 동물원·소방서 등 찾아 체험 통한 교육효과 극대화

메트스쿨의 브랜치 학교 가운데 하나인 '레베카(Rebecca) 학교'는 학생 스스로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 한 복판에 자리한 레베카 스쿨은 진정 피난처를 필요로 같은 자폐아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다. 이 학교는 학생의 하루 개별 발달수준을 제시하며 발달 사다리를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체험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인근 박물관, 동물원, 소방서 등을 찾아가 경험을 통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자폐학생들을 위해 창의적 교육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도심 한복판 좁은 학교 건물임에도 옥상에 농구장, 미니 축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운동장이 만들어져 있다.

학생들은 음악, 미술, 체육 활동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핸디캡을 극복하는 반복 교육을 하고 있다. 레베카 학교의 목표인 창조적·논리적 사고 발달을 극대화시켜주기 위해서다.

이 학교의 학생은 자폐아들이다. 메트스쿨 산하에는 6개의 브랜치 학교들이 있는데 레베카는 자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안 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에 들어서니 엄격한 학생관리 및 외부인 통제가 확실했다.

모든 공간에서 사진촬영은 허용되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외부에 알리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취재도 쉽지 않았다.

일체의 사진 촬영은 불가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가져가라고 했다.

이 학교 입학처장격인 엘리자베스 오세라(El izabeth O'Shea)는 본인의 인터뷰 사진 촬영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학교 자랑은 아끼지 않다. 그는 학교투어를 하면서 자신들이 자폐아 교육에 대해선 큰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일률적인 시간표가 아닌 학생 개인마다 타임 스케줄이 있다는 게 눈에 띄었다.

각각의 특성을 살린 대안 교육만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학생들에게 꿈을 줄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학생 특성상 카운슬링, 물리치료 등이 병행된다. 학생들간에 대화를 강조한다. 소통을 위해서다. 그리고 의자없이 자유롭게 공부를 하는 것도 이 학교의 특징이다.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학생으로 키워내기 위한 것이 이 학교의 목표다. 이 학교는 4살부터 21살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사회적 관계 의식이 미흡한 학생들에게 소통을 주기 위해서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다.

엘리자베스 오세라 교장은 “학생 1명을 위해 도우미 2명, 지도 교사, 그리고 필요하면 지역 명망가들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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